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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이한 사진가, 강순태
작성자 관리자

저는 '쓰레기'만 찍는 사람입니다


개가 누워 있어야 할 곳은 차선 오른쪽 맨홀의 공간이다. 거기에 개가 먹고 마실 수 있는 밥과 물이 있으며, 거기에서 개는 안전하게 쉬고 잠 잘 수 있다. 그런데 왜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장소를 벗어나 굳이 위험한 차도에 개가 드러누워 있는 것일까? 조여 오는 목의 팽팽한 긴장감을 감내하면서 하얀 경계선을 뛰어 넘어야만 했던 어떤 갈망, 절박함이 개에게 있었던 것일까? 그 궁금증과 어떤 상징성으로 인해 이 사진은 많은 관심을 받았고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내가 살아가는 생활반경이 흰 차선처럼 어느 정도 경계선을 이루고 있어요. 정해진 경계선 안에서 먹고 마시고, 배설할 수 있지만 가끔 우리는 일탈을 희망하거든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꿈, 갈망을 가지고 있어요. 근데 우리가 일탈을 시도하거나 틀에서 벗어나면 달콤한 잠에 빠진 개처럼 희열, 즐거움만 있을 것 같은데 거기에는 육중한 쇠뚜껑과 싸워야 하는 팽팽한 긴장감도 존재하죠."

'맨홀'을 소재로 개최한 자신의 두 번째 전시회 작품중에 유일하게 생명체가 들어간 것이 위의 '개'사진이라고 말하는 강순태(49,남) 작가. 그는 경상대학교 영문학과를 나왔으며, 졸업 후 마산어시장에서 버섯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돕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앓았던 허리디스크가 도져 수술을 몇 차례나 받았으나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어머니 가게일마저 도울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아파보니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겠데요. 나에게서 먼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들부터 소통을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을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피사체의 아픔, 고통, 슬픔, 애환 등을 느낄려고 노력하게 되고, 조금 더 따뜻하게 그들을 드러내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낮고 하찮은 존재속에서 희망을 찾아낼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우리 곁에 늘 있지만 낮고 천해서 거들떠보지 않는, 눈에 띄지 않는 사물들을 사진속으로 끌어 들여 거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따뜻한 가슴을 통해 밑바닥의 미미한 물건들을 인간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재탄생시켰다.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역할을 다해 쓸모 없어진 것들, 낡은 것들, 운명을 다 한 물건들이 많잖아요. 근데 버려진 것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주인이 사용하면서 남겼던 애정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버려진 물품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는다고. 후... 부끄럽다. 아름다운 마음씨다.
"어떤 인형을 보면 막 여기저기를 기웠던 흔적이 있어요. 바느질 하다 하다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버린 거죠. 그런 인형을 보면 '아, 주인의 사랑을 참 많이 받다 버려졌구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중국집이나 식당, 각종연락처 등의 스티커가 따닥따닥 붙은 책상이나 걸상을 보면 아주 가까이 오랫동안 주인 곁에 있으면서 사랑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주인과 버려진 물건과의 관계를 느끼게 되는 거죠."

주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다 역할이 다해서, 쓸모가 사라져 길거리에 버려진 '그들'에게 강씨는 사랑을 다시 한번 불어 넣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제일 안타까운 것이 새물건이 아니고, 깁다가 깁다가, 수리하다 수리하다, 쓰다가 쓰다가 다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다 버려진 것들을 보는 거예요. 그게 많이 가슴 아파요. 주인이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었을 텐데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하니까 할 수 없이 내다 버린 것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비록 주인은 아니지만 사진을 통해서 '그들'에게 사랑을 한번 더 나눠줄 수 있겠다 싶었죠."

소재도 그렇고 사진기도 그렇고, 그의 취향은 독특한 편이다. 남들처럼 멋진 풍경이나 인물사진은 하지 않고 만날 버려지고 하찮은 물건들만 찍어 대니 부인의 입에서조차 '쓰레기 찍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다.
"제가 단체전 다섯 번, 개인전 두 번을 했는데, 집에는 제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걸 수가 없어요. 정신 사납다고 아예 못 걸게 합니다. 물론 마누라가 제 사진에 대해 이해를 합니다만, 어느 날 지인들에게 저를 소개할 적에 '쓰레기 찍는 사람'이라고 하데요. 근데 그게 맞잖아요. 그 이후로 저도 쓰레기 찍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영문학을 전공해서인지 그는 시조에도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 월간 샘터사에 월장원 2회, 중앙일보 시조부문 월장원에 뽑히기도 했다.
"한정식 작가가 '사진은 시'라고 말씀하셨는데, 45자 내외로 압축해서 시조로 만들듯이 사진도 한 장면에 작가의 생각을 함축해서 담는 거죠. 사람들은 한 장의 사진속에서 여러 상상을 합니다. 저기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겠다, 어떤 생각이 담겨 있겠다고. 그런 면에서 시조와 사진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강순태씨는 사진은 피사체의 단순한 복사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 장의 사진속에 작가의 아픔과 고통,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가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새모습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은 나를 표현하는 창작예술입니다. 실생활속에서, 내가 속한 공동체속에서 사회의 한 단면을 찾아내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카메라에 담아 재해석해서 보여주는 것이 사진(思眞)입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해서 사회를 이야기 하고, 하찮고 버려진 것들에 작가가 사랑과 슬픔, 눈물을 담아서 따뜻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면 그게 멋진 작품이죠."

사진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드러내는 예술이므로 테크닉보다 인문학적 소양이 더 필요 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전공으로 하지 않고 공학, 철학, 인문학을 배우신 분들이 많아요. 김아타씨도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문학과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신 분이죠. 그들은 사진속에 성찰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담았던 거죠. 쉽게 말하면 사진이란 찍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만 있으면 되는 예술'이다 이런 말이죠. 그래서 작가는 기술적인 면보다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소양, 따뜻한 가슴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가슴만 있으면 되는 예술. 멋진 말이다. 근데 따뜻한 가슴만 있으면 되는 예술이 하나 더 있지 않을까. '정치'라고.

그의 마무리 멘트다.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기사제공: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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