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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30분 지나면 변 냄새 나는 까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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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30분 지나면 변 냄새 나는 까닭
[인터뷰] <설악산과의 대화> 저자 레인저 '신용석'
...버스에 싣고 온 새벽식사로 위장의 팽압을 높인 후 30여분 등산운동이 가해지면 대장에 느낌이 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등산로 초입의 화장실에 '마지막 화장실'임을 광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산로 중간 중간에 슬며시 옆으로 빠져나가는 등산객들이 많다. 때문에 등산 시작 30분~1시간 오르막에서 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다. 이 냄새를 없애기 위해 우리 레인저들은 일일이 수거하거나 땅에 묻는 작업을 해야 한다. 비가 흠뻑 내리기를 기대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산 시작 2,3시간 전에 평소 식사량의 70% 정도만 배를 채우고, 나머지는 등산 중간 중간에 고칼로리의 간식(행동식)을 조금씩 취하는 것이 좋다. - <설악산과의 대화>중에서
<설악산과의 대화>(수문 출판사 펴냄)에는 이처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지키고 알아야 할 것들이 풍부하다. 다른 산행기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런 상식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을 읽은 후 한동안 산행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평소 식사량의 70%의 필요성과 이유'에 대해 말해줬더니, 13년째 산행을 하고 있다는 사람도, 3년째 산행을 하고 있다는 사람도 "처음 알았다"며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외에도 등산로(탐방로)에서 만나는 나무데스크 등과 같은 설치물들, 레인저들의 구조이야기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흥미있어 한다.
몇 년간 산행을 한 사람들도 "잘 몰랐다"는 산행 관련 이야기들이 풍부한 것은 레인저가 썼기 때문이다. 레인저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혹은 관리자라는 말이 더 낯익을 것이다. 그러니 여타의 산행기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정보들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리라.
세계에서 등산인구가 가장 많고, 북한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곳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등산로 주변이 가장 빨리 깊고 넓게 망가지고 있는 곳이란 말로도 들린다. 반드시 이런 법칙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산행 중 만나는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태를 보거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국립공원 등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주장과 맞닥뜨리다 보면 우리 산들의 건강이 위태위태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주변의 암환자를 안쓰럽게 바라봐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인구 4명중 1명인 등산인구'라고 할 만큼 최근 등산객이 급속도로 늘면서 산행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고 한다. 1987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레인저로 일했고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 본부 자원보전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로부터 '건강한 산과 안전한 산행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에 대해 들어봤다.
-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첫 번째,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하자. 탐방객들의 샛길 이용은 그 곳 야생동식물들에게는 외래종이나 병충해의 침입경로가 되고, 특히 야생동물에게는 일종의 방벽이 되어 서식지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야생동물을 보기 힘든 것은 탐방객들의 샛길침범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산은 내 안방이 아니라 나는 자연의 방에 손님으로 잠시 들른 손님이라는 사실을 인식, 어려운 집에 손님으로 갈 때의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예의 있게 산을 대하자는 것이다. 무심코 버린 과일껍질을 먹은 동물의 몸에 화학(비료)성분이 농축, 돌연변이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무심코 나뭇가지를 꺾는다면 그 식물이 해왔던 1년 농사(꽃눈, 잎눈, 열매)를 망치게 된다. 탐방객들의 사소한 행동이 먹이사슬에 영향을 끼치고 나비효과처럼 확산되어 우리의 자연전체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세 번째,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안전의식이다. 동네 마실 나가듯 쉽고 가볍게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을 위해 산행을 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산행에 필요한 것들을 철저하게 준비하여 집을 나서야 할 것이다."
-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산행사고와 그 원인은?
"2008년 19개 국립공원에서 모두 75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사망이 38건(심장마비 16, 익사 13, 암벽추락 9), 부상이 715건이다. 부상의 사고원인은 골절, 염좌가 381건, 탈진이 202건으로, 평소 등산체력이 약하거나 무리한 산행에 의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
- 안전산행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은?
"등산화, 여벌의 옷, 비상식량, 우비, 응급처치용품이나 약품 등 등산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은 제대로 갖춰야 한다. 자신의 역량에 맞는 산행을 해야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가다보면 힘이 부치는데도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등산 중에 더우면 벗고 추우면 옷을 입어줘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가급적 단독산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누구와 어디로 가는지를 가족 등에게 알리고 입산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해야 한다. 정해진 등산로는 주기적으로 보수를 하지만 샛길은 발길이 없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 산행 중 한두 잔의 막걸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화 된 것 같다. 어떤가?
"산행 시에는 아무리 가벼운 음주라고 할지라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단력을 흐리고 체력을 소진할 뿐이다. 몸에 쌓인 알코올을 배출한다고 술을 마신 다음날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등산 전날도 술을 자제해야 한다. 쉬어야 할 몸을 더욱 혹사하는 결과라 운동은커녕 노화만 부를 것이다."
- 겨울에도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 산행 시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겨울에는 더욱 더 무조건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해야 한다. 산에 눈이 덮이면 시설정비가 되어 있고 길쭉한 이정표가 있는 정규등산로만 길로 보이고, 오솔길 같은 샛길은 '길 흔적'이 없어진다. 와중에 헤매게 되고 그러면 고립되기도 한다. 눈 길 등산로 산행보다 눈 속에서 헤맬 때 에너지 소비량이 급속히 소진된다. 내 경험으론 4배나 빨리 소진됐다.
일기예보에 관계없이 방풍복, 우모복, 스패츠, 아이젠, 장갑 등 겨울 필수품을 꼭 챙겨야 한다. 밑에는 영상의 날씨지만 위로 갈수록 차갑고 미끄럽고 때로는 무시무시해지곤 한다. 설악산, 지리산 등의 꼭대기 능선에서 노출된 피부에 동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일찍 깔리는 어둠에 대비해서 헤드랜턴이나 손전등도 필수이며, 겨울에는 체력소모가 크고 산행하는 사람도 적어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행동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약간의 술을 비상으로 지니고 있으면 야간이나 고립 되었을 때 체온유지에 도움이 된다."
- 등산이 보편화 된 만큼 안전수칙과 상식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고는 줄지 않을까?
"예전에는 대학 산악부나 산악단체 등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 위주 등산객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등산로와 대피소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전 국민을 다 수용할 정도로 각종 산악회와 산악여행사가 많이 생겨 웬만한 사람들은 다 산에 오르는 것 같다. 생전 처음의 등산을 사람들과 휩쓸려 설악산이나 지리산 종주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기초가 없는 사람들이 휩쓸려 산행을 한다거나, 여유를 갖고 자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전투를 하듯 속도만 내는 산행이 많기 때문에 탈진, 골절 등 산악사고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주요 등산로 입구와 대피소에서 안전산행을 위한 교육 및 스트레칭 시간을 갖고 있다."
- 헬기출동비용이 사고자 본인 부담인지? 외국의 경우는? 헬기출동비용은?
"현재 우리나라의 헬기 출동비용은 무료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며, 돈이 없어서 구조요청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세계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국가가 부담하지만 조난당한 장소와 이유가 명백하게 불법일(출입금지구역, 출입금지기간 등) 경우에는 비용을 청구하는 국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민간 구조대일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헬기출동비용은 기종 및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연료비와 부품비를 포함 대략 1백만 원은 넘는다.
출처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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