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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코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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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쇄살인범 때문에 싸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유명해졌다. 싸이코패스란 도덕심이 전혀 없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나 불안의 신체증상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나쁜 짓을 하면 마음도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우리 뇌에 있는 교감신경 중추가 흥분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그런 증상이 생기는 상황을 불편해하고 피하려 한다. 도둑질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면 몸이 먼저 말을 해준다. 거짓말 탐지기도 이런 현상을 이용한 기계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학대를 당하게 되면 어린아이의 뇌가 학대를 견딜 수가 없어서 자기 방어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자신을 학대할 때 감정적으로는 억압이 되거나 다른 사람처럼되는 해리현상이 생겨서 감정도 느끼지 않아야 하고, 신체증상도 없어야 견딜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가슴이 뛰거나 손발에 땀이 날 때 흥분하는 교감신경과 반대인 부교감 신경이 더 발달해서 아무런 느낌이 없어진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남을 괴롭히거나 나쁜 짓을 해도 감정이나 신체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괴로움이 자신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하니까 심한 짓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자기의 이해관계와 사소한 불편함 뿐이다. 조폭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싸이코패스는 살인을 할 때 피해자에게 아무런 느낌도 없다. 대신 자기가 새로 산 양복에 피가 묻어서 세탁을 해야 하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에 강호순도 이와 비슷했다. 자기가 죽인 다른 사람이나 그 가족들에게는 아무런 느낌이 없고 자기 얼굴이 알려져 자녀들이 사는데 지장 받는 것만 신경을 썼다. 목이 졸려서 괴로워하는 피해자의 괴로움은 강 건너 불 보듯 하지만 손톱 밑에 상처가 생기면 그것은 너무나 짜증스럽고 힘든 일로 다가온다.
이들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공감능력의 상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감정의 교류가 되는 의미 있는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는 관계의 결핍도 문제가 된다. 요즘 학부형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걱정하고, 게임을 못하도록 싸움하느라 날을 지샌다고 한다. 게임은 폭력을 조장하고, 인격적인 만남을 못하게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느낄 일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심지어 부모의 마음도 모른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길이 없다. 이 아이들이 모두 싸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싸이코패스를 만들어내는 토양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진료를 하다보면 티없이 맑고 어린 여학생들도 싸이코패스같은 심리상태를 보여줄 때 있어서 섬찟하다. 정말이지 입시제도에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좋은 관계의 경험과 관계맺는 능력의 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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