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다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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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를 감정을 다루는 일이라고 하면 대략 70%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문제가 다른 영역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이 다 감정적인 문제로 흘러가기 때문에 감정의 문제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감정을 다룬다고 할 때 우선 불편한 감정을 편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우울해지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거나,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지인이 그 정도로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의 서운한 감정 등이 우리가 흔히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다. 이런 감정들이 생긴 외적인 사건과 그런 감정이 생기게끔 외적인 사건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다루다 보면 감정이 어느 정도는 풀리게 되어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편해지거나 너무 힘들어 보였지만 약을 조금 써서 좋아지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불편한 감정이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감정의 레이다에 걸리기 때문에 그나마 해결될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감정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걱정스럽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꾹 참거나, 그 단계도 이미 넘어서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으니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감정은 분리수거해야할 쓰레기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잘 처리해서 배설하지 않으면 절대 그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감정들은 흔히 감정을 억누르는 힘이 약해졌을 때 밖으로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콜 중독자들이다. 술을 마시지 않을 경우에는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술만 마시면 말과 행동으로 폭력을 가해서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말만 듣고 무서운 사람을 상상하고 만나보면 길에서 보는 순하고 착한 사람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와는 달리 감정을 지속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감정이 폭발되어 시끄러운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 심리적인 에너지가 다 소모되기 때문에 만성적인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다른 심각한 문제는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 좋아하는 것도, 더 싫어하는 것도 없으니 그런 사람들은 입에서는 “그냥”, “대충”, “아무거나”라는 말이 항상 달려 있다. 대학입시 같이 눈앞의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활발하게 살아 있는 감정이 그 사람의 선택의 기준,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는데 감정이 없으니 항상 권태롭다. 이런 상태일 때 감정을 다루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 다룰 경우 살 맛 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람도 크다.
누구나 전문가처럼 감정을 다룰 수는 없어도 비슷하게는 할 수 있다. 자극을 피하지 말고 받는 것이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가끔 반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냥 살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가장 효과가 좋다. 큰 돈 들일 필요도 없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니 시도라도 해보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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