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고 돌아 자기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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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다 돌고 돈다. 계절이 그렇고 유행도 그렇다. 인생도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언젠가는 죽고 그 후손들이 다시 성장해서 선대의 길을 밟는다. 한 사람의 인생도 비슷해서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자기 만의 세계에서 살다가 세상을 알고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범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그리고 세상의 평가 만이 중요해지고 자기 자신은 잊혀진다. 문제가 누적되어 마침내 몸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자기에게 귀를 기울인다. 혈압약은 운동 많이 하고 신경 많이 쓰는 사무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영양제 수준인 것 같고, 그 외 회식이나 접대 업무 때문에 술집에도 출근부를 찍는 회사원들은 간도 제법 통통해져서 신경써달라고 한다. 그러다가 세상이 자기를 떠나고, 자기가 세상이라는 어지러운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고 나도 여전히 잘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되면 자기에게 확실히 관심을 둔다. 자기애가 다시 세상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누르고 자기 마음의 지배자가 된다.
자기애도 등급이 있다. 건강한 자기애가 있고, 병적인 자기애가 있다. 일찍부터 자기 사랑을 할 수 있는 훈련과 노력을 했던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자기애가 생기겠지만, 자기를 돌아본 적도 없던 사람들은 자기애가 건강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로 불안이나 집착의 형태로 나타난다. 건강 염려증상이 가장 대표적인 병적인 자기애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이 말해주는 하나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그 생각만 한다. 병원에서 ‘정상’ 이라는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그 마음은 변치 않는다. 몸이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몸에 비현실적으로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진찰이나 검사 결과라는 현실은 설득력이 없다.
사람의 마음은 자기에게 몰두할수록 점차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비현실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강해진다. 긍정적인 희망 같은 것도 있겠지만 주로 자기를 책망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많이 생각난다. 마치 월드컵 축구 16강에 올라가는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처럼 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상상을 수없이 한다. 건강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잘 다스리면 과거의 상처라도 그것이 지혜의 재료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자기를 비난해서 우울해지거나, 남을 비난해서 분노감정에 빠지고 쉽게 노여워지기 쉽다. 젊은 사람들은 세상에 널려 있는 재미 있는 것들 때문에 잠시 잊고 덮어둘 수 있지만 자기에게로 돌아온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은 자기에로의 몰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결국은 조화와 균형이다. 젊었을 때는 자기에게 너무 무관심하고 내팽개치다시피 해서 문제가 되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외부 환경에 너무 빈약해지는 것이 문제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몸관리 잘 하고 사람 많이 만나고, 자기 전에 오늘 한 일을 누군가에게라도 얘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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