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진보가 내세우는 민족, 자주, 통일 |
|
우리나라 진보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민족’ ‘자주’ ‘통일’은 진짜 진보로서는 내세울 명제가 결코 아니다. 진짜 진보는 계급적 이해를 우선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보는 자본가 계급에 비해 약자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 이념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민족과 자주와 통일은 진보의 계급적 이해를 추구하는 데에는 장애물일 따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진보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는 이 명제처럼 효과적인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이 민족과 자주와 통일을 절실히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진보가 그것을 권력투쟁의 수단으로서 내세울 때에는 나는 무서움마저 느낀다. 과거에 한겨레신문에서 벌어졌던 권력투쟁에서 충분히 실감한 바가 있다. 이 신문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푼돈을 모아서 출범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한겨레신문은 진보의 기관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 신문의 주인인 주주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말이다. 진보는 권력투쟁에서 진보가 아닌 다른 민주세력들을 모두 축출해버린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고, 경영상태는 정부의 지원에 기대야 할 정도로 취약하다. 이런 상황은 진보의 기관지 역할을 계속하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 한겨레신문은 어떻게 될까? 의식 있는 국민들의 염원을 안고 출발했던 신문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이제라도 국민들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겨레신문의 논조가 바뀌어야 한다. ‘진보 이념의 전파’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세상’을 만드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내가 우리나라 진보를 위와 같이 비판하는 것은 그들을 혐오해서가 결코 아니다. 다만, 국가경제와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나로 하여금 비판의 칼날을 세우게 할 따름이다. 사실, 미국경제를 초장기 호황으로 이끌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집을 보면, 굉장히 진보적이다. 영국경제가 독일경제를 추월하게 만들었던 블레어는 서구사회에서는 가장 진보적이었던 영국 노동당이 배출한 총리이다.
이처럼 진보도 얼마든지 국가경제를 일으킬 수 있고, 국민들의 경제생활을 얼마든지 윤택하게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왜 진보를 배척하겠는가?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진보는 아니다.
21세기 연구소 소장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