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형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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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윈연구센터의 올리버 커리 박사가 추정해 놓은 미래 인류의 모습에 대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그에 따르면 천년 뒤 인간들은 키가 약 2미터, 평균 수명은 120세 정도이고, 만년쯤 후의 인류는 사랑, 신뢰나 존경 같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이나 감정적인 능력이 많이 상실될 것이라고 한다. 또 음식을 씹을 필요가 없어져서 턱이 약해질 것이란다. 그렇다면 멀고 먼 미래, 10만년이 지나면 그땐 또 어떻게 될까? 인류가 유전적 부유층과 유전적 빈곤층으로 나뉘게 되어서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라도 인류는 머지않아 유전자 지도에 따라 양성의 유전자만을 선택해 우량품종인 2세를 선택적으로 낳지 않을까 싶다.
인류의 미래 모습을 흥미롭게 그린 영화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제5원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며칠 전 한 신문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렇게 첨단 영화를 만든 ‘뤽 베송’ 감독이 컴퓨터를 전혀 쓰지 않는다니 의외였다. ‘E-mail이 왜 필요한가? 의사소통이 필요하면 전화로 하면 된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공상하고 꿈꾸던 버릇이 영화를 만들게 한 원동력이다. 상상하는 것까지 기계가 다해줬다면 오늘 날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요지의 인터뷰 기사였다.
우리에게는 영화 ‘레옹’의 감독으로도 친숙한 그는, 현재 노르망디 지방에서 휴식기간을 갖고 있는데 그 스스로 잠정적 은퇴를 선언하고 이제는 쉴 때라고 얘기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퍼내어서 고갈이 됐고, 내게 필요한 건 휴식과 재충전이라고 말이다.
디지털 시대 컴퓨터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아직도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는 내게 E-mail 주소조차 없다는 ‘뤽 베송’ 감독이 일종의 동지처럼 느껴진다. 생각해 보라. ‘제5원소’ 같은 첨단영화를 만들면서도 컴퓨터를 전혀 사용 안하는 감독과 방송에서는 온갖 앞서가는 트렌드와 첨단 사상을 전하면서 실제로는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는 진행자를..
나는 미래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많다. 물론 사고방식도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다. 고루한 걸 싫어하고 문화적 다원주의자이기도 한데, 생활만큼은 아직도 아날로그가 좋으니 이거야말로 유쾌한 모순일까, 아니면 한심한 아이러니일까.
방송인. SBS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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