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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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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분당 규모의 새로운 신도시 한 곳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언론은 전한다. 신도시 개발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면 주택가격 불안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럴까? 섣부르게 공급을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이미 10여 년 전에 뼈아프게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일어난 부동산 투기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는 1990년대 초반에 ‘주택 2백만 호 건설’을 내세워 수도권 주변에 분당, 일산, 중동, 평동 등의 신도시 개발에 나섰다. 서민들도 이제는 싼 값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막상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는데, 이에 응할 수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신도시 개발을 주도했던 토지공사와 아파트 건설에 나섰던 주택공사는 물론이고, 여기에 참여한 민간 건설업자들이 대부분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런 난국을 헤쳐 나오기 위해서는 수요를 일으켜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각종 특혜조치가 주어져야 했다. 공원이나 문화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을 크게 늘려준 것은 물론이고, 지역난방공사를 설립하여 난방비를 줄여주었으며, 교통망도 대폭 확충해주기로 약속했다. 분당의 경우는 서울 도심권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고속화 도로를 두 개나 건설해주었다. 이런 모든 일이 국민들의 피땀과 같은 세금으로 이뤄졌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분양권 양도를 허용하고 소위 ‘떴다방’까지 눈감아 줬다. 그러자 다시 투기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분양을 받겠다고 나섰다. 부동산 투기를 잡자고 신도시 개발에 나섰던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더욱 기승부리게 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던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산부문에 흘러가야 할 한정된 국가재원이 신도시 개발에 투입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크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 직후 “부실기업을 인수한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사실, 1990년대 후반에 일어났던 외환위기의 먼 원인은 여기에서 찾아올 수가 있다. 신도시 건설은 그만큼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던 것이다. 역시, 부동산 투기는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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