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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 딜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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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SBS FM이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 연속 방송기념으로 10주년 기념 골드 마우스 상을 받게 되었는데, 이렇게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전국의 청취자분들 덕택이라고 생각된다.
내 경우에는 아침 생방송이 20년째인데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방식만 보아도 라디오가 많은 진화를 거듭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엽서와 편지가 사연과 신청곡 전달수단이었는데,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청취자들의 진솔한 사연이 담긴 ‘예쁜 엽서전’ 같은 것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인터넷 교신보다 더 빠른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대세가 되었다. 교통제보, 축하사연, 신청곡, 웃기는 얘기 등을 즉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휴대폰 문자로 보내는 것이다.
라디오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훨씬 신속하게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청취자들은 전국의 날씨상황이며 바로 코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같은 것을 문자로 즉시즉시 날려주는 것이다. 또한 각 프로마다 매일매일 재미있는 주제를 주고, 그것을 문자로 받아 ‘문자왕’을 뽑기도 한다.
나처럼 마음 약한 진행자는 큰 딜레마를 겪기도 한다. 청취자들에게 문자가 오면 작가가 프린터로 뽑아 생방송 중 전달해 주거나 혹은 스튜디오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화면에 올려주는데, 누구 거는 읽어주고 누구 거는 지나가면 삐졌다고 또 항의문자가 바로 날아오니 아침마다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요즘은 사람들이 표현의 욕구가 강해선지 지극히 사적인 얘기들도 문자로 많이 보내온다. ‘간밤에 아내와 다퉜습니다.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하나요?’ 또는 ‘바람 피다 걸렸어요. 묘안을 부탁드립니다.’에 이르기까지 친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사적인 내용들을 문자로 보내온다. 나처럼 청취자가 왕이라고 생각하는 DJ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가을개편과 더불어 문자 읽어주는 것을 좀 줄이라고 해서 많이 생략하고는 있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다. 모쪼록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준 것처럼 라디오가 새로운 매체에 밀려 죽는게 아니라 오히려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전하는 따뜻한 돌파구로서 건재함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SBS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 D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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