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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착을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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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좌회전을 하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던 차량에 차의 옆면이 받혀서 완전히 찌그러져 버렸다. 12년째 타던 차라서 그랬을까? 차가 상한 것이 하나도 마음이 상하지 않고, 단지 고치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사고 후에 차가 시동이 잘 안 걸리고 해서 엔진 소리도 덜덜 거려서 차를 바꾸게 되었다. 역시 중고차이긴 했지만 1,2년 밖에 안 된 차라 새로운 기능도 많고 깨끗해서 보기에는 참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 차는 주차를 시키거나 몰 때 ‘조금 긁히면 어때?’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운전을 했는데 지금은 ‘혹시나 차에 손상이 가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에 너무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다 마침내 뒷 범퍼에 1 cm 가량의 긁힌 자국이 생기자 스트레스를 받았다. 옛날 차는 차 옆쪽이 완전히 우그러 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탈 때까지 타다가 때 되면 바꾸지 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잘 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자 사소한 긁힘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만약 30대였다면 지금 차가 훨씬 더 좋았겠지만 40대가 되니 편한 것이 좋아서 옛날 차 편하게 탔으면 하는 마음에 구닥다리 차가 더 마음에 끌린다.
필자도 서른 아홉에서 마흔이 될 때 홍역을 앓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생각에는 그래도 30대까지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20대의 연장이라는 느낌으로 살았다. 그런데 나이의 앞자리가 4자가 되니까 젊음을 주고 연륜을 사는 기분이었다. 젊음은 버리기가 아까웠다. 집착했다. 연륜의 미덕은 맛을 감상할 미각이 아직 발달이 안 되었다. 밑지는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이 먹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남의 시선 신경 쓰고 잘 나야할 것 같고 인정받지 못하면 우울해졌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내 인생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니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적응하려고 한다. 더 좋은 여자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아내가 내게는 최선이고, 더 똑똑하고 나은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 아이들이 내게는 가장 소중하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살아보면 못 나간다, 살아보기 전에는 좋은 줄 모른다지만 그곳에 안 산다고 해서 아쉬울 것 없으니 강남의 참 맛은 굳이 알고 싶지 않다.
놓아버려야 할 것을 놓지 못하는 것이 집착이다. 놓아버려야 할 것은 이제는 내 것이 아니고, 내게 맞지 않고, 내게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놓아버려야 하는 것이다. 오늘 하나의 집착을 버리고 그만큼이나마 더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해 본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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