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지준율 인상 과연 옳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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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요구불예금에 대한 지불준비율을 5.0%에서 7.0%로 무려 2%나 올렸다(은행들은 요구불예금의 2%를 한국은행에 추가로 예치해야 한다). 이것은 16만에 취해진 그야말로 ‘과감한’ 조치였지만, 이것이 장차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바둑의 격언 중에는 ‘악수는 악수를 부른다’는 것이 있다. 먼저 둔 악수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더 나쁜 결과를 빚곤 한다는 사실은 바둑을 두어본 사람은 흔히 겪었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실패한 정책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 아니 자기합리화와 책임회피를 위해서 더 나쁜 정책을 부르곤 했던 것이다.
참여정부는 집권직후,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의 해결을 내세워 가계신용을 극단적으로 억제했다. 그 결과는 국내경기의 급속한 냉각이었다. 통화란 경제에 있어서 우리 몸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 증가율을 극단적으로 줄였으니 경제성장은 제약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국내경기의 급속한 냉각은 투자와 소비의 위축을 불렀다. 기업 이익은 크게 늘어도 투자는 좀처럼 늘지 않는 일이 벌어졌고,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서 돈이 남아도는 결과를 빚었다. 그리고 그 ‘남아도는 돈’은 부동산 시장을 제외하고는 갈 곳이 없었다. 정부가 계속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을 내놓아도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었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경기를 살려내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래야 ‘남아도는 돈’이 투자와 소비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갈 수가 있고, 그래야 돈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면 부동산 투기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여 그 세율을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낮추었으면, 부동산 투기는 쉽게 안정시킬 수가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런 근원적이고 제도적인 정책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오직 대중적인 정책수단에만 매달렸다. 심지어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을 직접 규제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계속 살아남아 있는데, 이런 대증적인 정책수단만으로 어떻게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가계대출의 억제는 국내경기를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남아도는 돈’을 부동산 시장으로 더 몰려가게 했을 뿐이다. 악수는 악수를 부른다더니,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나서서 지불준비율을 올리는 극단적인 일까지 단행했다. 그럼 그 결과가 장차 어떻게 나타날까?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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