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정산 간소화 소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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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들의 연말 정산을 간소화 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해서 각 병원에 공문이 수차례 내려오고 있다. 그 내용은 각 병원에서 치료받은 모든 사람들의 자료를 국세청으로 넘기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간소화될 지 모르지만 연간 진료내역을 일일이 다 대조하고 찾아서 사람별로 신고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다.
사실 이런 수고 차원의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진료내역이 본인이 원치 않는데, 본인도 모르게 다 정부기관에 알려진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안타까운 것이 진료를 받고 남들이 알까 두려워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진료관련 기록을 정부에 보고하면, 나중에 주민번호만 알면 진료기록을 다 알 수 있게 된다. 정신과도 그렇지만 산부인과도 문제이다. 자기 여자친구의 주민번호를 알아 검색해서 산부인과 진료 받은 내역이 다 나오게 되면 파혼하는 사람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남자들의 경우 비뇨기과에서 치료받은 기록이 내 주민번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건강보험과 일반진료 내역이 모두 신고대상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 의사단체에서 이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자 당국에서는 거부의사를 밝히는 사람에 한해서만 기록을 넘기지 말라고 한다. 연초에 병원에 왔던 사람이 연말에 오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 건강보험 공단에서 진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수진자 조회에서도 산부인과, 정신과, 비뇨기과는 사실상 빠져 있다고 한다.
나라에서도 못하는 일을 괜히 개인병원에서 할 수는 없다. ‘(미혼인) 당신 따님이 올 초에 우리 병원에서 임신으로 인해서 진료를 받았는데, 이 내역을 당국에 알릴까요? 말까요?’ 이런 전화를 걸 강심장의 의사를 없을 것이다. 고소를 하면 민형사상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보호 대책도 없다. 한해 수천명 진료받은 사람들 중 5명만 소송을 걸어도 병원 문을 닫아야할 상황이다. 당국에서 정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각 일간지에 ‘당신의 진료내역을 주민번호만 알면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싫으면 거부의사를 진료 받은 병원에 알리라’는 식의 공고를 해야 한다.
인권을 유난히 더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겠다. 노대통령도 즐겨 본다는, 웨스트윙이라는 정치드라마의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새로운 세기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세기가 될 것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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