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의 기술 |
|
자우림의 김윤아는 참으로 매력 있는 가수이다. 자기 빛깔이 분명하고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하며 싱어송 라이터라는 점까지.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 중의 한명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대로 가면 한국 문화계는 망할 것’이라는 말을 해서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됐었다. 음반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다운로드를 받아 듣는 형편이니, 음악 산업의 규모가 예전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작금의 현실로 보아서는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표현방식에 있는 것 같다. 요즘, 화법에 관한 책을 쓰다보니 내 개인적으로 이 표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인기인의 인터뷰 하나, 말 한마디도 분석을 하게 된다. 만일 같은 의미와 의도로 얘기를 했더라도 그렇게 극단적인 화법 말고 이렇게 말을 했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또 달랐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문화계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어요”라고 말이다.
책을 쓰며 느끼는 건데 정말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거고, 어미 하나, 토씨 하나 달리 쓰는 것에 따라 그 뉘앙스가 천지 차이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게 바로 또 화술의 묘미이고, 그래서 대화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협상학’, 또는 ‘대화학’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대화의 핵심은 결국 사람 마음을 얻는 일이고, 설득인데 그 설득과 협상의 기술은 단시간에 되는 게 아니고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법에서 지나치게 단정적인 말투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가 쉽다. 앞의 인터뷰 예에서도 느껴지듯이 단정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생각지 않는 많은 무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방식은 좋은 대화의 방식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대단히 강하게, 단정적으로 나가야만 하는 자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특별한 상황의 경우이다.
화법의 관점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기술도 마이너스 요인이 많은 편이다. 며칠 전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과 매스컴의 비난여론이 들끓었는데 절망적인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그것만 얘기했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아마도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 진중하고도, 믿음직스러운 화법을 기대하고 있을 터인데 번번이 그 기대가 깨지니 실망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터이다.
정치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희망을 갖기도 하고, 절망의 나락에 빠지기도 한다. 또 외교적으로는 국가원수나 외교관의 말 한마디로 국가 운명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도 특별히 화법에 대한 과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