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지준율 인상, 왜 문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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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지준율을 인상한 직후 “5조원 못되는 수준의 지급 준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5조원이라면 우리나라 본원통화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큰 돈인데 말이다. 만약, 시중에는 돈이 남아돌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것은 더 심각한 일이다. 가장 기초적인 경제이론인 ‘신용창조’라는 개념조차 몰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돈 5조원이 한국은행에 추가로 예치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은행으로서는 대출 규모를 줄여갈 수밖에 없다.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이나 개인으로서는 차환대출이 어렵게 된다. 즉,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는 또 은행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회사채의 차환발행이 어려워지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돈이 추가로 필요한 기업과 개인은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은 그 돈을 빌려주기 위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할 것이고, 예금인출이 일어난 은행은 대출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은 연속해서 일어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신용수렴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말해서,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5조원은 그냥 5조원이 아닌 것이다. 본원통화에 대한 광의유동성(L)의 신용승수는 현재 약 43.5배이므로, 그 5조원은 은행과 민간경제에서 200조원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미친다(5조원*43.5배). 물론 신용승수가 충분히 발현되기 위해서는 최소 반년에서 2~3년이 지나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런 신용수렴 작용은 압력으로만 존재할 뿐이고, 그것이 얼마나 현실화되는가는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경기가 더욱 하강할 것은 너무 빤하다.
그럼 ‘남아도는 돈’이 갈 곳은 어디일까? 아직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덜 올랐던 곳일 것이다. 부동산 투기열풍은 지방 대도시로 번졌다가 중소도시로 번질 것이고, 나중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토지가 투기대상이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 다음에는 ‘남아도는 돈’이 어디로 흘러갈까? 당연히 해외시장이다. 국내의 자산과 소득이 해외로 이전되면? 국내 소비는 더 부진해질 것이고, 국내 투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일본에서처럼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초장기 경기침체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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