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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증권 투자의 결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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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경제지표를 들여다보는 일이 두렵다. 경제가 자꾸만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만 같아서 걱정만 쌓여간다. 지난 달 말경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 투자동향]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외화증권 투자는 9월말 현재 477억 달러로서,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121억 달러나 증가했다. 이 금액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2조원으로서, 국내총생산의 약 1.5%에 해당한다. 이것은 그만큼의 국내 소득이 외국으로 이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국내경기는 장차 어떤 영향을 받을까?
당연히 성장률이 최소한 1.5% 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혹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라도 증가했다면 이런 부정적인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마저 참여정부가 집권한 뒤부터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해오더니, 올해 5월 이후에는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8월말 현재로 35.6억 달러가 감소했다. 국내 경기는 그만큼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혹시, 급속한 환율하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책당국으로서는 국내기관투자자의 외국증권 투자를 반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고, 이에 따라 환율방어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그동안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줌으로써 외국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국내경기를 정부가 앞장서서 하강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일본이 장기침체의 길에 들어섰던 시기가 외국인의 일본에 대한 투자에 비해 일본인의 해외투자가 더 증가하기 시작했던 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것은 경제학의 소득이론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즉, 국내소득이 해외로 이전됨으로써 국내소비를 촉진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내수가 부진해지면서 국내경기는 장기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가 경기하강을 불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경기하강은 조만간 경기상승으로 전환했었다.
그러나 해외투자의 급증이 국내소득의 해외이전을 불러옴으로써 경기의 반전을 지속적으로 막아버렸다. 그래서 일본 경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초장기 불황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도 일본형 악순환의 길로 접어든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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