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커뮤니티 > 컬럼초대석 |
|
|
|
| 한해를 보내며 |
|
해마다 해가 저물 때가 되면 올 한 해는 어땠나하고 상념에 잡힌다. 그동안 쭈욱 무얼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는데 언제부터인가 무엇이 아니라 어떤 한해였나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변했다고 느낀다. 항상 뭔가 대단한 일을 하거나, 남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이젠 그런 것 신경 쓰고 살 지 못할 것 같아서 생각이 바뀐 것 같다.
연말이 되자 환자가 늘었다. 경영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겠지만 남의 힘든 점을 듣는 것이 생업이다보니 마음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흥청망청 지내는 연말에 지내온 한 해를 돌이켜보고 안 좋은 일에 대한 생각들이 몰려오는 지 죽고자 하는 사람, 불면의 밤을 수없이 지내고 오는 사람,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진다. 최대한 그 심정을 공감해야 치료가 되기 때문에 그런 사연들을 듣고 나면 약간은 우울감에 빠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젠 그 우울감이 그리 싫지 않다. 그 사연 속에 우리 삶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고, 그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해 본다.
고민하는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그분들은 특히 문제가 많거나, 어디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다들 버티다 버티다 오는 사람들이다. 대개는 더 착하고 순수해서 요령 피울 줄 몰라서 마음 고생하고 그러다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생겨서 병원에 오는 것이다. 거기서 느끼는 것은 우리 인간의 행복은 좋은 것을 더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힘든 것을 피해갈 수 있는 지혜, 부족한 것을 감내하는 능력, 현재가 힘들어도 미래를 바라보고 참는 인내심이 몸에 배어야 행복할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책이나 다큐멘타리를 자주 본다. 한때는 영웅들의 모습만 보였고, 그 다음에는 착취당하는 민중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역사라는 험한 격랑 속에서 시달리고 살아남는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다. 전쟁으로 죽거나 팍팍한 삶을 살지 않고, 정치에 휘말려서 삶이 본의 아니게 뒤틀리지 않고, 재난으로 끔찍한 일도 당하지 않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예쁘거나 잘 생기지도 않았고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들이지만, 삶이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꿋꿋이 올 한 해 잘 버텨온 모든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
|
| |
|
| |
|
|
 |
다음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