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찢어진 종이돈 |
|
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머니께서 장사를 하시느라 주로 이모가 필자를 돌봐주셨다. 맹모 삼천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모님께서 자리를 비우시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부제 수업이 있을 때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보다가 학교를 빼먹기까지 했다. 만화가게에서 살다시피 하였고, 항상 빠듯했던 용돈으론 만화 몇 권 보고 나면 돈이 다 떨어졌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과자를 사먹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어느 날 이모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 그리고는 흥분한 채 만화가게로 달려갔다. 주인아저씨에게 그동안 사먹고 싶었던 거 이거저거 달라고 하고 만화를 고르고 있는데, ‘야, 이 녀석아 찢어진 돈 가지고 뭐라는 거야?’라고 힐난조로 말씀하셨고 그때 만화가게 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그 만화가게를 가지 못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지갑을 확인하지 않으면 가게를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공포증이 생겼다. 이 일로 15년은 그 후유증으로 심하게 마음 고생을 했지만,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확실히 자기 것이 아닌 걸로 남 흉내를 내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교훈으로 삼게 되었다.
사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찢어진 종이돈 같은 민주주의를 가지고 심하게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여권운동이 이제 막 시작인데 한 여성단체에서 며느리라는 이름이 여성비하적이라고 해서 쓰지 말자는 주장을 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노조가 없어진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있는 가운데 무시하지 못할 숫자의 의사들보다도 수입이 더 많은 현대 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노조의 권위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반독재 운동을 했다는 경력만으로는 우리 사회에 아직 뿌리를 내리기는 이른데 그것만 있으면 나머지는 다 깽판 쳐도 좋다는 식으로 처신한다. 시민운동이 아직은 사람들의 신뢰를 더 얻어야 하는데 섣부른 정치편향성으로 인해서 신뢰를 잃었다. 역사는 항상 진보와 반동이 교대로 이어져 왔다. 씨름에서 상대를 한번 흔들었다고 이긴 것이 아닌데 때 이르게 샅바를 놓고 만세를 부르고 있었으니 결과가 어찌될 지 안 봐도 훤하다.
대통령께서 개헌을 말씀하신다. 국민들은 “개헌은 좋은데 (추진할 사람이) 당신은 아니야!”라고 모든 여론 조사를 통해서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싸늘하고 냉정한 시선을 없을 것이다. 안 좋은 것은 아닌데 대통령께서 하시겠다고 하자 반대하는 식이다. 파도가 조금 친다고 바다 밑에까지 물결이 이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떤 시도를 하기보다는 먼저 도도히 흐르는 국민들의 마음을 두려워할 때다. 그래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