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하는 습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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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마디로 메모광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책을
음악을 듣다가 연상이 되거나 인용할게 있으면 무조건 메모를 한다. 그런 습관이 방송을 하거나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기계하고는 워낙 거리가 멀어 휴대폰에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는 건 먼나라 얘기고, 지인들의 전화번호도 너덜너덜해진 수첩에 깨알같이 적혀있다. 내 수첩을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들 신기해한다. 아니, 어떻게 그 글씨들을 다 찾아내냐고. 그러나 직접 메모를 한 내 자신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다. 말하자면 이 낡은 수첩이 나의 보물1호인 셈이다.
다행히 무엇을 놓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어서 펜으로 적어놓은 수첩을 잃어버린 적은 없다. 어떤 때 전화번호를 왕창 입력해 놓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친구를 보면 아날로그식인 내 방식이 더 낫게 느껴질 때도 없지는 않다.
가장 최근에 메모해놓은 글은 얼마 전에 방송에서도 인용한 적이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들이다. 누가 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에 소개해놓고도 대단히 마음에 들어서 간간히 수첩을 펼쳐놓고 음미해보고는 한다.
『말이 많으면 반드시 필요 없는 말이 섞여 나온다. 원래 귀는 열게만 되어있지만 입은 언제나 닫을 수 있다. 돈이 생기면 우선 책을 사라. 옷은 해어지고 가구는 부서지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위대한 것을 품고 있다.
행상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지 말라. 그 물건을 다 팔아도 수익금이 너무 적기 때문에 부르는 대로 주어라. 대머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사람들은 머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텔레비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 그것을 켜기는 쉬운데, 끌 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화내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 급하게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싸움에서 지면 좌절에 빠지기 쉽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주먹은 상대방에 상처를 주고 자신도 아픔을 겪지만 기도는 모든 사람을 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기억력은 한정이 되어 있다. 유난히 깜박깜박하시는 분들은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이렇게 좋은 글들을 만나고 생각날 때마다 음미할 수 있는 것도 메모하는 습관의 또 다른 장점이다.
SBS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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