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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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기로 한 데에 이어 비록 일부 지역이지만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이를 토대로 가상의 얘기를 하나 해보자.
쌀값이 갑자기 크게 올라서 농민들이 ‘부당하게’ 큰 이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쌀값이 너무 올라서 많은 서민들은 쌀을 충분히 사지 못해 굶주리게 되었다. 그럼 정책당국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농민들에게 생산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해야 할까? 생산원가보다 판매가가 너무 ‘부당하게’ 높으므로, 판매가를 낮추라고 시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 정책당국에서는 농민들의 판매가를 규제해야 할까? 그럼 판매가를 낮추고 규제하면 쌀값이 진짜로 떨어질까?
농민들이 쌀 판매가를 낮췄다고 치자. 쌀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업자들은 어떻게 할까? 쌀가게 주인들은 또 어떻게 할까? 혹시 농민들이 싸게 파는 쌀을 모두 매점하는 것은 아닐까? 소수의 사람들이 매점해두면 쌀값이 더욱 뛰는 것은 아닐까? 창고업자와 쌀가게 주인까지 규제하여 쌀값을 내리게 할 수는 없을까? 차라리 정부가 직접 쌀을 생산하고 직접 판매하고 분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쌀을 생산하는 농민은 약자이므로, 그들이 이익을 좀 남긴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쌀을 가전제품으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그리고 생산자를 농민이 아니라 대기업으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그럼 얘기가 좀 달라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경제원리는 농민이냐 아니면 대기업이냐를 가리지 않는다. 농민에게만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정부가 그걸 규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시장의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새로 분양하는 집보다 오래된 헌 집이 더 비싸게 팔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집의 분양은 로또복권이나 도박판으로 비쳐질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분양받은 사람에게 큰 이익을 남겨줄 터이니 전매하라고 부추길 것이고, 분양받지 못한 사람은 중도매매라고 해서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결국 부동산시장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잠시나마 다시 과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에 분양가 규제(또는 분양원가 공개)는 부동산 투기가 끝물일 때에 나타난다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 규제가 마치 부동산 투기를 결정적으로 해결한 비책처럼 착각하게 하곤 한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막아야 한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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