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민주의의 결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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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의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개인의 자유와 권리 즉 업적과 경쟁은 보장하되, 기회의 균등도 함께 살리겠다는 이념이 바로 사민주의인 것이다. 국내 진보적인 지식인 사회가 이 이념에 반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노무현 정권의 이념적 기반 역시 바로 이 사민주의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을 직접 깃발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유럽형의 사회통합 경제’를 목표로 삼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게 바로 사민주의인 셈이다.
그러나 관념적으로는 매우 훌륭하게 느껴지는 이 사민주의가 현실에서는 처참한 결과를 남겼을 뿐이다. 사민주의 노선을 충실히 따랐던 프랑스와 독일의 최근 경제사정, 특히 실업률이 그것을 대변한다. 이 두 나라 모두 실업률이 벌써 10년 넘게 10%를 넘나들고 있다(사회당이 1981년 집권했던 프랑스는 20년 넘게 실업률이 10%를 넘나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부터 역사상 가장 긴 경기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심지어 세계경제가 모두 어려움을 겪었던 석유파동 때보다 국내경기의 부진은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빈부격차는 더욱 커졌고, 양극화도 더 심화되기만 했다. 사민주의의 궁극적인 목표마저 더 멀어진 셈이다. 그럼 노무현 정권이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이런 비참한 결과가 벌어진 것일까? 그건 결코 아니다.
노무현 정권보다 훨씬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웠던 미국의 클린턴 정권은 역사상 가장 긴 경기팽창 국면을 연출했다. 영국의 블레어 정권 역시 노무현 정권보다 훨씬 진보적이지만 여전히 장기간의 경제번영을 이끌고 있다. 브라질의 룰라 정권은 더욱 진보적이지만, 수십 년 동안 외환위기의 늪에 빠져 있던 경제를 완벽하게 구해냈고 지금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똑같은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추구했는데, 왜 이 나라들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우리나라는 그 반대일까? 그것은 개방화, 민영화, 규제완화 등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달려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은 결코 양립할 수 없을까? 아니다. 양립할 수 있음을 미국과 영국과 브라질의 진보정권의 경제정책과 그 성과가 그것을 대변했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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