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관료가 경제기적을 이루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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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전 국회의원의 ‘키움과 나눔을 넘어서’라는 책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세 번의 위기”와 “세 번의 극적인 회복”울 거쳤다고 한다. 즉, ‘첫 번째 위기는 1973년의 위기이고, 두 번째 위기는 1982년에 찾아왔으며, 세 번째 위기는 1997년의 외환위기’였는데, 그 때마다 모두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높게 평가해줄만 하다. 외환위기는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1973년과 1982년의 위기는 경제학자들조차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파국으로 이끌 뻔 했던 위기’가 이처럼 세 번이나 발생했다면, 비록 극적으로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이 다시는 닥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반성해야 했다. 만약 그랬더라면 외환위기가 세 번이나 반복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우리 경제는 지금쯤 선진국에 완벽하게 진입했을 것이다. 최소한 1997년의 외환위기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2000년쯤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로 올라섰을 것이고, 지금은 ‘3만 달러 시대’를 구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반성의 흔적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세계적인 경제주간지인 ‘Economist’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말에 ‘Lessons unlearnt’ 즉 ‘배우지 못한 교훈들’이란 글을 실었겠는가. 뒤늦게나마 정덕구 전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려고 노력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그도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의 기적적인 성장은 ‘엘리트 경제관료’이 이룩한 공적이고, 따라서 ‘엘리트 경제관료’가 수립한 정책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계속 강조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은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경제관료들이 경제정책을 잘못 펼쳐 위기를 부르면, 기업들과 국민들은 그걸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이에 따라 경제가 살아나곤 했다고 말이다. 물론 이런 표현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경제관료가 우리 경제의 기적을 불렀다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경제관료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실패를 불렀던 경제정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똑같은 형태의 경제위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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