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아름다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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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상에 남는 영화가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우리 나라 영화인 박하사탕과 외국영화인 매트릭스 시리즈가 있다. 특히 박하사탕의 경우에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거의 일주일 동안 충격에 빠져 뭔지 모를 불쾌감에 시달렸다. 아마도 뱃 속에 넣어 두고 잊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그 영화에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자기가 고문했던 운동권 학생의 일기에서 인생은 아름답다는 말을 보고 기억해 둔다. 몇 년이 지나서 두 사람 다 예전의 인연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만났을 때 다시 물어본다. 아직도 인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냐고.
필자가 운영하는 낮병원에서 사회적응을 위한 교육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는 세상에 잘 적응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환청이나 피해망상 같은 증상이 없어진다고 해도, 일상생활을 잘 못하거나 대인관계가 좋지 않으면 적응을 못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세상의 쓴 맛을 보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쓴 맛. 병이 있지만 오히려 순수한 사람들이 절대 알 수 없는 그 무엇.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없게 만드는 바로 그것. 그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그 교육 시간에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열변을 토했다. 세상이 아름다운가? 인생을 여유롭게 살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들어야 할 정신과의사가 세상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다.
나는 그 시간에 문제를 하나 냈다. 어떤 사람이 돈을 꿨다. 세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비교적 잘 살지만 사나운 시누이. 또 한 사람은 경제적으로는 역시 어렵지 않지만 부담을 느끼는 남편 친구 정도. 그리고 자기 형편도 어려운데 마음 약해서 재촉 못하는 친구이다. 이 중 가장 돈을 받을 가능성이 적거나 늦게 받을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세 번째 사람이 답이 아니라면 세상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자기도 아쉬운데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 꿔 준 친구는, 돈을 가장 늦게 받을 뿐 아니라 빌린 사람이 쓸 돈 다 쓰고 남은 돈이라도 감지덕지 받게 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까지는 돈 빌린 사람을 욕하는 분위기였다.
다시 문제를 냈다. 만약 자기가 빌린 사람이라면 누구에게 가장 늦게 갚겠냐고. 그래도 답은 역시 마음이 착한 건지 바보스러운지 모를 그 세 번째 친구였다. 다들 머쓱했다. 하지만 필자는 안다. 그런 대답을 했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이 누구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탓해야할지, 아니면 착한 사람이 바보같이 당하는 세상도 아름답게 봐야 하는 건 지 고민스런 밤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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