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출소자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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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라디오로 보내오는 사연들을 보면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간밤에 부부싸움을 하다 맞았는데 참고 살아야할지 이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부터 열 살 연하의 직장 후배를 사랑하게 됐다는 커리어우먼의 얘기, 오랫동안 사귀어온 아저씨와 결별해서 엄마가 무척 방황하고 계시다는 딸의 사연 등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교도소의 제소자들이 보내온 사연들이 눈에 띄고는 하는데, 알고 보니 매일 아침 FM 프로를 일부 들려준다고 한다. 그 사연들을 보면 하나같이 지난날을 뉘우치며 밖에 남겨진 가족들을 향한 걱정과 미안함, 그리고 애틋함들로 가득 차 있다. 얼마 전에 도착한 사연이다.
“저는 월드컵 함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폭행으로 구속되었습니다. 교도소, 그곳은 정말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죄를 짓지 말라고 하는지 그 곳에 들어가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 어린 조폭이 아버지 같은 분에게 안마를 시키고, 신발을 빨도록 합니다. 한마디로 나이라는 게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저는 21살 때까지 남들이 시비 걸면 나도 시비 걸고, 중2때 길에서 담배 피우고 어른들에게 반말도 하며 정말 형편없게 지내 왔습니다. 그러나 그곳을 갔다 온 후로는 죄 안 짓고 살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아침 먹고 난 후, 매일 누나 방송을 틀어줍니다. 아침마다 누나 목소리를 듣는 게 큰 힘이 되고 방송이 기다려져서 하루하루를 눈물과 참회로 보내다 작년 가을에 출소를 하게 됐습니다. 좁은 공간 (4.5평에 16명이 생활)에서도 희망은 있구나, 날 다시 일으켜주는 방송이 있구나, 생각하고는 다시 새출발을 하였습니다.
사회에서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교도소에서 죄 값을 치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루에 한번씩, 아니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좋은 말 부탁드려요. 누나 방송이야말로 죄를 씻을 수 있는 가장 큰 원천이 될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2002년,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과 그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다소 긴 사연이지만 진심어린 뉘우침과 다시 잘 살아보려는 마음이 엿보여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청년이지만 사연을 읽고 나서 왠지 친척동생처럼 느껴져서 앞으로 정말 잘되기를 기원했다.
방송은 행복하고 유복한 사람들도 듣겠지만 실은 어렵고 힘들고 막막한 사람들이 더 많이 듣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어떤 의미로서든 작은 희망과 위안이 된다면 진행자로서 그것만한 보람이 없을 터. 오늘도 내 방송을 들으며 바깥세상의 자유와 평범한 일살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순간을 참지 못하고 죄를 짓게 되었지만 그러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새롭게 시작되는 인생 2막을 꿈꿔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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