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경제사의 교훈, 그리고 F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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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자유무역협정을 앞장서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멕시코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곤 한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멕시코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으며, 토종기업은 거의 사라졌고, 미국경제에 대한 종속성도 더욱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FTA는 체결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는 인과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주장과도 같다.
멕시코는 19세기 중엽(1846~1848년)에 미국과의 전쟁에서 국토의 1/3을 잃어야 했다. 지금은 미국 땅인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와이오밍, 콜로라도 등의 전부 또는 대부분이 원래는 멕시코 땅이었다. 그러니 멕시코 국민감정은 미국에 대해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역대 멕시코 정부는 경제적 반미정책 혹은 자립적 산업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대미 종속을 더욱 심화시켰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사정을 1990년대 초에 발간한 그의 책 ‘미래기업’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20여 년에 걸친 내전 후에 PRI(Institutional Revolutionary Party)가 1930년 초에 집권했으며, 아직도 다스리고 있다. 이 당은 즉각 정부 소유이거나 정부의 통제를 받는 자립적인 산업들을 가진, 정책적으로 고립된 멕시코를 건립하기 위해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철저하게 보호된 국내시장을 위해서만 생산한다는 것을 뜻했다. 이 정책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 모든 정책들은 멕시코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었고, 식량 금융 기계 기술 등에 있어서 미국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었다.”(111쪽)
멕시코의 비참했던 경제상황은 ‘마퀼라도라’라는 공업단지를 미국과의 국경선을 따라 조성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고, 이게 멕시코 경제의 번영을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멕시코가 창출한 일자리는 물론이고 수출품도 대부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마퀼라도라를 마냥 찬양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경제 혹은 미국기업에 대한 종속성이 너무 강하여, 이게 과연 멕시코 경제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를 의심케 한다. 그러나 이런 종속성의 근원은 폐쇄적 경제정책과 그것이 빚은 멕시코 경제의 비참했던 현실에 있었다고 해야 한다. 또한 빈부격차가 악화되었던 원인도 이런 폐쇄정책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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