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왜 문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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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국토가 서유럽에서 가장 크고 기름지며, 인구도 많고 자원도 비교적 풍부하다. 또한 과학이나 문화의 발달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경제발달에 있어서 산업화 초기에는 네덜란드나 영국 등에 비해 1세기 이상 뒤쳐졌고, 지금도 영국이나 독일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윌리엄 번스타인이 쓴 책 ‘부의 탄생’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네덜란드와 심지어 잉글랜드에서도 스스로 부를 쌓은 상인, 제조업자, 금융가들은 자손이 그의 사업을 확장하도록 바라는 것 이외에 다른 열망은 갖지 않았던 반면, 프랑스에서는 자수성가한 모든 사람의 꿈이 장차 관직을 얻는 것이었다.(341쪽)”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생산적 활동 대신 작위와 관직을 얻으려”(341쪽)했고, 그만큼 관료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관직은 부(富)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가 필요했으며, 관직의 수도 나날이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콜베르(루이14세의 재무장관) 시절의 규제를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생산방식까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포된 무수한 칙령들에 따라 아주 미세한 부문까지 일일이 정해졌다. 특정한 유형의 옷은 1,376개의 실로 만들어야 했고, 다른 유형의 옷은 2,368개의 실로 만들어야 했다.(중략) 옷을 염색하는 데에만 317개 조항의 규제가 있었다.(중략) 상이한 산업들에 관한 44개의 법전을 출판하고 이것들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엄격하게 지켜지도록 하기 위해 일단의 감독관을 지명했다.”(344쪽)
단추 제조업자 길드가 뼈를 재료로 한 단추가 옷감을 재료로 한 단추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발견하면, 통제관은 감독관들을 시켜 위반한 재봉사에게 벌금을 부과하게 하고 심지어 일반 가정집들을 수색하여 밀매품을 입은 자들을 처벌하게 했다.”(345쪽)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프랑스인들은 공무원-상당한 신분과 급여 부수입이 따르는 국가관료-이 되기를 열망한다.”(342쪽)
프랑스가 넓고 비옥한 국토, 풍부한 자연자원과 인적자원 등을 골고루 갖추고도 경제적으로는 항상 2등 국가에 머물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게 프랑스가 경제적으로는 한 번도 선두에 서지 못하게 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공직은 ‘신도 부러워할 직장’으로 변했다. 그래서 각종 공직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세상과 담을 쌓고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날을 지새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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