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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투기자본과 금융산업 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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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국제투기자본 감시센터’라는 희한한 시민단체가 있다. 이들은 ‘국제투기자본’은 국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국부유출만 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 만하면 들어왔다가, 돈을 충분히 벌었다고 판단하는 즉시 외국으로 다시 빠져나감으로써, 국부유출을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금융시장까지 혼란에 빠뜨린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제일은행을 인수했다가 매각하여 큰 이익을 남겼던 뉴브리지캐피털 그리고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큰 이익이 보장된 론스타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 은행들을 외국계 자본에라도 매각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결국 청산해야 했을 것이고, 공적자금을 추가적으로 더 많이 투입되어야 했을 것이다. 반면에, 뉴브리지캐피털이나 론스타가 엄청난 차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수십 배가 넘는 제일인행과 외환은행의 자산을 온전하게 국내에 남겨주었고, 청산할 경우에는 일자리가 모두 사라져야 했지만 오히려 그 일자리가 더 늘어났다.
이들의 주장은 ‘금융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제조업만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금융산업은 여기에 기생하는 산업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농업만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18세기말 중농주의자들의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제조업을 추구했던 나라들이 훨씬 부강해졌고 국민은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데에 비해, 중농주의를 추구했던 나라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말았는데 말이다.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다. 금융산업이 발전해야 제조업 등 다른 산업도 원활하게 발전할 수가 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면 이자율이 낮아지고,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가 더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금융산업이 발전해야 자본축적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실물경제도 더 빠르게 성장하곤 했다. 그런데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투기적 이익의 용인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으로 헤지펀드 등 투기적인 파생금융상품이 급증하고, 국제상품거래소의 선물거래량이 실물거래량의 수십 배에 달하며, 외환거래소의 외환거래액이 무역거래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현실을 보더라도, 투기적 목적의 거래가 금융산업의 발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면 투기적 이익을 용납하지 않고는 이런 목표를 절대로 달성할 수가 없다. 또한 투기는 일시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투기가 일으킨 작은 혼란은 더 큰 파국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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