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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공기업 그리고 민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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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최근 정부(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추정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발표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20대 기업집단을 발표한 셈이다. 이에 따르면 20대 집단 중 8개가 공기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이들 중 40%를 차지한다. 자산규모로 따지더라도 37.9%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말로만 시장경제일 뿐, 반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금융기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기관 순위 최상위를 점하고 있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그리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을 여기에 포함하면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올라간다. 더욱이 이 금융기관들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의 대기업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지 않은가! 공기업과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사기업들 및 다른 금융기관까지 모두 포함하면, 공기업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공기업 천하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공기업들은 정부가 생존을 보장하고 있어서 안정성이 뛰어나고, 최근에는 임금까지 업계 최고수준으로 올라 있어서, 유능한 인재들은 모두 공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직접 국제경쟁에 나서야 하고 성장잠재력을 향상시켜야 할 민간부문으로서는 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물론 영원히 공기업의 경영성적이 우수하다면, 사기업과 구별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공기업은 정치권과 정책당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여론의 영향도 심각하게 받는다. 이에 따라, 공기업에서는 경영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책적 의지나 여론이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경영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언젠가는 그게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철도공사의 경우,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세수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영성적이 우수했다. 그러나 지금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 중이고, 국민의 혈세가 철도공사 유지를 위해 지불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정책당국이 물가안정 혹은 공공요금 안정을 이유로 철도요금을 철저하게 억제해왔던 데에 있다. 공기업은 모두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경영수지가 양호하더라도, 철도공사처럼 언젠가는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리고 공기업의 경영수지가 악화되면, 결국 국민의 혈세로 그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1970년대까지의 영국의 공기업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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