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효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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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달 오월에 효의 의미를 한번 되돌아본다. 도대체 효의 개념이 무엇이냐, 혹은 효도를 하려고 해도 방법을 몰라 못하겠다 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그에 대한 답을 최근에 읽은 책 ‘엄마와 두 딸의 발칙한 데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때 괜찮은 외모와 착한 몸매를 자랑했으나 워낙 미식가라 과체중과 비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노처녀 여행작가이고,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동생 정지영은 영화 사운드 에디터로 일하고 있으며,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국가대표 배구선수처럼 보이는 큰 키와 심하게 큰 얼굴 사이즈를 자랑하고, 대단히 무신경한 편이며, 연탄을 조미료로 사용하거나 신발 밑창을 재료로 하지 않는 한 모든 음식을 대충 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대식가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어머니 최여사는 기름기, 조미료, 단맛, 고기라면 질색하는 자연 친화적인 미각의 소유자로써 어쩌다 외박을 할라치면 음식타박, 맛타박에 사사건건 두 딸과 대립하는 바람에 외식에서 왕따를 당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과년한 두 딸들과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못 먹을게 어딨어?’ 하면서 설거지 냄새 풀풀 나는 잔소리꾼의 옷을 벗고 깜찍 발랄한 모친으로 탈바꿈해서 두 딸의 감탄 대상이 되고 있는 존재이다.
서로를 향해 까칠한 말을 날리고 분의 아니게 상처를 주던 모녀사이는 한달에 한번 미각데이트를 하면서부터 훨씬 부드러워지고,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살던 두 딸들을 새록새록 엄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새삼스럽게 행복에 눈떠간다는 내용이다. 큰딸은 여행작가로, 작은딸은 영화음향 편집자로서 모두 독립해 살면서 엄마라는 존재는 그저 붙박이처럼 그 자리에서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가 한달에 한번 세 모녀의 데이트를 시작하고부터는 엄마의 취향, 귀여운 면, 숨겨져 있던 감정 등에 눈을 뜨게 된다.
엄마 입장에서는 한달에 한번 보도듣도 못했던 세계의 음식들을 딸들과 함께 맛보면서 그야말로 스님 버금가는 친야채 취향에서 서서히 딸들의 입맛쪽으로 따라가며 세 모녀는 행복해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이거야 라면서 무릎을 쳤다. 효도가 뭐 별건가? 이렇게 한달에 한번이라도 만나 뵙고,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때로는 모시고 극장도 가고, 경복궁 근처 화랑에 가서 전시회도 보고, 한강유람선 데이트도 즐기게끔 해드리고, 바로 그런 게 효도가 아닐 런지.
3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가장 후회되는 게 바로 그 점이다. 살아 생전에 모시고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 많이 사드릴 걸, 같이 여행 많이 다닐 걸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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