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경기는 언제나 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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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은 2년 연속 2.0%를 기록했다. 이것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하는 48시간인 가운데 나온 실적으로서, 일본이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때의 실업률보다도 낮았다. 임금은 정권 출범 직전보다 그 전 해와 그 해에 각각 26.9%와 40.8%나 상승했다.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국민들의 경제생활은 나날이 좋아졌다. 경기를 선행한다는 주가지수는 그 전 해와 그 전전 해에 64.8%와 59.6%나 상승했었다. 경제성장률은 당연히 높아서 그해에 7%를 기록했고, 그 전 해와 그 전전 해에는 각각 9%를 넘었다. 국내 경기를 상승시키기 마련인 외국인 투자는 그 해와 그 전해에 정권이 출범하던 해보다 각각 5.4배와 7.4배가 늘었다. 외환보유액은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보다 거의 두 배에 이르렀다. 국가경제는 모처럼 대단한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경제전문가들이 정권의 경제업적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까지 정권을 찬양했다.
이게 과연 어느 정권의 경제업적일까? 김영삼 정권의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각종 지표들은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1995년과 1996년에 기록했던 실적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김영삼 정권의 경제업적을 높게 평가하거나 찬양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걸 그리워하는 경제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왜 그런 호경기가 다시 오지 않느냐고 한탄하는 경제전문가도 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피땀 흘리고 아껴서 모은 재산을 자식이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쓴다면, 그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재산을 늘려가기는커녕 돈 벌 생각조차 하지 않는 자식이라면 어떻게 봐야 할까? 번 돈 보다 더 많이 쓴다면 아무리 큰 재산이라도 언젠가는 모두 사리지고 결국 파산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경제도 마찬가지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지 않는 가운데 성장률만 높이면 결국 파국을 맞아야 한다. 실제로 김영삼 정권은 외환위기라는 파국적 경제위기를 맞았다. 만약 그 뒤를 이은 정권이 그걸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더라면, 우리 경제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 여러 나라가 겪었던 것처럼 수십 년 동안 경제난의 늪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외환위기를 불러오자는 주장이 지금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할 유력 주자들이 모두 김영삼 정권 때와 같은 호경기를 반드시 일으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확충시켜 갈 어떤 정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말이다. 참으로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경제학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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