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이 주는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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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에 자주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안소니 퀸의 굵직한 목소리와 어린이가 같이 부르는 노래가 나왔다. 대사 중에 ‘인생은 스스로 알게 해줄꺼야(life itself will let you know)라는 부분이 있었다. 20년도 더 전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노래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많이 달랐다. 그 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내 자신이나 세상이 많이 변해서 달리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 싶었다.
개원 한 후 몇 년 간은 성취를 추구하며 몸 사리지 않고 휴일에도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고, 휴가도 이틀 이상 가 본적이 없었지만 이젠 몸도 따라주지 않을뿐더러, ’돈 벌면 당사자는 힘들고 마누라 좋은 일만 시킨다. 그러니 적당히 쉬면서 하라‘는 아내의 솔직하고 사랑이 담긴 말에 코뚜레 꿰인 소처럼 말을 잘 듣게 되었다. 더 많이 얻어서 행복할 가능성 보다는 모자란 것을 감당하는 능력이 행복의 척도라고 신봉하게 되었다. 정말 인생은 많은 걸 가르쳐 주었지만 배우기가 절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크면서 많은 설교와 잔소리와 좋은 글귀와 도덕교과서 같은 얘기를 듣는다. 어떤 땐 진지하게 그 내용을 마음에 새겨보지만 자주 듣다 보면 지겹고, 살다 보면 다 알게 된다는 식의 얘기를 더 믿고 따른다. 그런데 정말 살다보니 다 알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것, 어릴 땐 너무 당연히 여겼던 것이 그 뒤에 많은 숨은 노력이 있어야 겨우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에 만화로 나온 토지에 어떤 할머니가 소원을 빈다. 자다가 그냥 죽게 해달라고. 예전 같으면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가졌겠지만, 주위에서 죽는 사람을 많이 보다보니 그렇게 자다가 평화롭게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정말 큰 행복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든 삶의 진실을 책이나 어른들의 말씀으로 알고 지키지 못하고 굳이 경험이라는 수업료를 내야 확실히 깨닫는 것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길이고 그 수업료가 온 몸에 추한 모습과 상처로 새겨질 때 인생을 조금 알게 되고, 그때부터 남은 삶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게 되지 싶다.
30대 후반이 넘어서도 인생이 스스로 알려주는 진실의 수업료가 너무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은 다행스럽게도 삶이 잘 풀린 사람이거나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수업료를 더 내야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그 수업료가 충분한 값어치가 있고 나중에 더 큰 보상을 줄 걸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때가 지나면 수업료를 아껴야 몸이나 마음이나 편하다. 인생이 아직 우리에게 좋게 말로 할 때 그것을 흘려보내지 말고 귀담아 듣는 사람은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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