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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벗어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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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는 항상 여유있게 살라든가, 급하다고 서둘러서는 오히려 더 늦게 간다는 식의 교과서같은 소리를 많이 해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여유 있게 살지 못하고 항상 업무 중심적으로 살았다. 휴가 때도 온전히 일을 다 놓고 쉬어 본 적이 없고 크리스마스나 추석, 설 연휴 때도 항상 일거리를 들고 오거나 자기계발을 위해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정말 큰맘 먹고 일주일 정도 스페인에 다녀오느라 일손을 완전히 놓았다. 그러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내 심정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궁금한 맘을 갖고서.
일상은 말 그대로 매일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당연하고 뭐가 문제인지, 뭐가 좋은 점인지 알 수 없이 반복된다. 설사 머리로는 조금 느낀다고 해도 참된 의미가 와 닿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공기가 있는 걸 알려면 공기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하듯, 일상 생활에 젖어 있는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벗어나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일상에서 벗어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우리 나라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좁은 나라인데다가 그것도 수도권에 다 몰려 있으니 오죽하랴.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고비사막은 수십 킬로미터를 갈 동안 사람의 손 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뒤에 나타난 러시아나 유럽의 풍경도 마찬가지로 넓고 한가로워 보였다. 어린 시절 차장 누나가 떠밀어 줘야 탈 수 있었던 만원 버스에 시달린 기억이 정서적 뇌에 기억되어 있는 내 또래 사람들에게 그 넓은 공간이 주는 의미는 각별할 것이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은 우리나라는 해체와 재건 전문이란 것이다. 지은 지 20년 만 넘어도 재건축, 재개발해서 다 헐어버리고 새로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들이다. 스페인의 도시들을 보니 우리의 절이나 기와집에 해당하는, 수 백년 이상 된 건축물들이 생활 속에 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안 스런 마음도 있었지만, 옛것을 보존하고 지켜 나가며 현재에 적응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스페인이 식민 모국이었던 것과는 반대로 뒤늦은 근대화, 온갖 수탈과 학대를 당한 식민지 시절이나 전 국토를 산산 조각 낸 전쟁을 딛고서 여기까지 온 우리 나라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빨리빨리’ 여기까지 오느라고 문제도 많았고 갈등도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걸어온 길은 인정해줄 만하다고 느낀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받아본 국내 일간지를 보자마자 짜증과 두통이 몰려온 것을 보고, 짧은 휴가였지만 충분히 쉬었다고 느꼈던 것은 별로 원치도 않고 편하지 않은 통찰이었다고나 할까.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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