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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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남 엄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화제다. 현실을 잘 표현했다느니, 과장되었다느니 논란도 일고 있다. 서점가에 가보면 강남 엄마의 경험담을 실은 책이 꽤 많이 팔리고 있다. 강남 엄마는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에 살고 있는 엄마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 교육, 사회계층 간의 갈등을 담고 있는 문화적 현상이다.
강남 엄마의 특징은 삶의 목표를 아이의 성공에 맞추고 있다. 여의사하면 선망의 대상일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강남에서는 사람취급을 못 받는다고 한다. 그 이유가 여의사는 가장 바쁜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들 학원 갈 때 카 풀을 할 수도 없고, 정보에 어두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란다. 또한 자기가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얼마나 잘 살고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적이 어떤가에 따라서 자존감의 정도나 그네들 사회에서 인정받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아이의 성적이 곧 자기의 성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자기의 경쟁심이 아이에게 투영되어서 아이가 잘 못하면 단순히 아이가 한번 시험을 못 본 것이 아니라 잘난 체 하는 다른 엄마에게 주눅 들어야 하기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것이다.
심한 경우 아이가 시험을 봐서 1개를 틀려오자 다 맞을 수도 있는 건데 틀렸다며 시험지를 찢어버린 엄마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특수한 사례이겠지만 엄마들도 얼마나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잘 안되면 그 자체로 한이 되고, 잘 되면 아이들은 떠나니까 그제서야 자기 삶이 빈 곳이 느껴져서 허전한 마음이 들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공부야 잘 할 수 있고 못할 수도 있는데 소수의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다 들러리가 되는 느낌을 받으니 그 소외감이나 부정적인 자기상은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부담이다. 게다가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인생을 살게 되니까 ‘자기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 요즘 대학생이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만나보다보면 그동안 자기에게 주어진 것만 하다보니 정작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30이 되고 나서 그제서야 새삼 자기 인생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모든 것이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현재의 대학입시나 사회구조가 보여주는 씁쓸한 초상이다.
얼마 전 딸아이가 시험을 보고 30점을 맞아서 꼴찌를 했다. 그런데 같이 30점 맞은 아이가두명이나 더 있다며 의기양양하다. 딸아이의 기가 죽지 않은 걸 보고 흐믓해하는 나를 보고 정신과의사가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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