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배 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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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모임이나 회식 같은 데서 건배 제의를 해보라고 부탁을 받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유행하는 구호들을 몇 개만 가르쳐드리면 먼저 <진달래>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뜻이라고 한다. <당나귀>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뜻이고, <나가자>는 ‘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을 위하여’라는 의미이다.
조금 나이가 있는 분들은 <나이야 가라>를 외치기도 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먼저 ‘나이야’를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가라’를 외치는 형식이다. 그밖에 <개나리> ‘계급장 떼고, 나이를 잊고, 릴렉스 하자’는 것이고, <구구팔팔 이삼사>는 다들 잘 아실 것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앓고 삼일째 되는 날 죽자’라는 뜻이다.
조금 고상하게 외래어를 써서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기자)이나, 코이노니아(가진 것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며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관계를 뜻하는 그리스어)를 외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가졌던 모임에서는 건배를 제의하는 사람이 먼저 ‘당신’하니까 좌중의 사람들이 ‘멋져’를 외치던데, ‘당’은 당당하게, ‘신’은 신나게, ‘멋’은 멋지게, ‘져’는 져주며 살자의 의미라니, 건배구호들이 정말로 다양하다.
어떤 구호든지 간에 기를 모아 함께 잘되자는 의미일 텐데 말이 씨가 된다고 그렇게 긍정적인 말들이 일종의 자기암시처럼 무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 않는가? ‘위하여’는 이제 한물간 구호가 이렇게 새로운 구호들을 익혀서 모임을 가질 때 써먹으면 사람들이 즐거워하지 않을까?
나는 체질적으로 술이 약해서 술자리를 자주 갖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 간혹 회식같은 자리가 있으면 재미있는 건배구호를 기억해뒀다가 크게 외치곤 한다. 주로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진달래를 애용하는데, 이렇게 외치고 나면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기분상이겠지만 그러나 기가 팔팔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그마만큼 에너지가 많다는 뜻이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은 무엇을 해도 열정적일 테니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암시가 되리라 믿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 아침방송에서 파이팅을 비롯해서 격려와 희망의 문구들을 종종 얘기하고는 한다. 그런데 진짜 진행자의 격려멘트에 힘입어 취직이 됐다든지,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이 됐다든지 하는 문자나 사연을 받으면 정말로 힘이 난다. 동시에 청취자들의 문자나 인터넷 사연을 읽을 때는 그게 마치 내 일인양 진심을 다해 축하하기도 하고 기원해주기도 한다. 내 말에 어떤 주술적인 힘이 있어서,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나의 전성과 기가 그분들 마음에 닿아서 원하는 바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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