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십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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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일본의 야마이치 증권이 도산했을 때, 경영진을 배석시킨 당시 사장은 울부짖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절규했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에게 책임을 물어주십시오. 직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라고. 일본의 유바라 시가 파산했을 때에는 그 공무원의 절반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실제로 퇴직한 공무원들은 대부분 죄인처럼 숨어서 살아간다고 한다. 이게 바로 ‘책임질 줄 아는 자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반성하게 하고, 처절한 반성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것이 아닌가.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10년 전 외환위기가 발발했을 때, 국내 주요 언론은 외환위기를 ‘단군 이래 최대의 난리’라고 규정했었다. 그렇다면 외환위기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외환위기로 타격을 받았던 중남미 국가들이 수십 년 동안 경제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실증적 사례가 그 무서움을 대변하는데, 그 무서움을 어찌 몰랐겠는가. 비록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함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외환위기 직후에 우리 국민들이 겪은 경제적 고통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아주 심각했다.
그렇다면 그게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부터 먼저 따졌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에 앞서 누군가는 그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과부터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진심어린 사과는 더더욱 아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그런 자들까지 나서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떠들어댄다.
그럼 ‘잃어버린 10년’은 왜 발생했을까? 그 10년 동안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것은 아닐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그만한 세월과 고통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떠들기 전에 외환위기를 일으켰던 자들에게 그 책임을 먼저 물었어야 하지 않을까? 외환위기를 불렀던 경제정책을 먼저 비난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노무현 정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4%대에 불과하고, 이것은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일으켰던 자들은 그런 비판을 하기 전에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를 먼저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경제학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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