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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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싸움이든 지면 속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겨서 후유증이 큰 싸움도 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는 말도 있지만, 눈 앞에서는 자신이 이긴 것 같아도 긴 안목으로 보면 아니함만 못한 싸움, 그리고 이겨서 더 안 좋은 싸움이 많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삶의 주기에서 볼 때 상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중년기 이후의 부부 사이의 싸움은 특히 더 그렇다.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칼로 물만 베고 끝나기 위해서는 피나는 수련이 필요하고 대개는 마음을 벨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겨서 더 안 좋은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적인 사람들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적인 사람들은 감성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배우자가 감정에 휩싸이면 오히려 냉소적으로 바라 본다. 심지어는 자살기도를 해도 그것이 정말 위험하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쇼를 한다’고 생각해서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쇼를 하는 배우자가 싫고 진절머리를 친다.
그 상대방 배우자를 보면, 물론 자기가 꼭 죽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난리를 치면 걱정하는 흉내라도 내야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분개한다. 이런 배우자들은 이성적이다 못해 차갑기기만 한 상대방의 논리적으로 자기의 허점을 찌르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라크가 전쟁 중에는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막상 미군에게 점령당하고 난 후에는 미군이 복잡한 정치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는 미군을 괴롭혔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자신을 다독거려주지 않고 잘못했다고 일방적으로 공격만 하면 노골적으로 싸우지는 못하지만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상대를 힘들게 한다. 돈을 잘 안벌어 오거나 일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밥맛이 딱 떨어지는 밥상을 내오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몸도 그에 반응하여 약자가 남자일 경우에는 발기가 안 되고 여자는 전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목석같이 되어버린다.
싸우는 기간이 길수록 상대에게 더 처절하게 질수록 보이지 않은 보복도 그에 따라서 격렬해 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가정이라고 해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피차가 힘든 경우가 많다. 부부싸움에 이기고, 결혼 생활을 망치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싸움은 서로 감정이 상해서 그것을 풀기 위해 간혹 해야 하지만 절대 이겨서는 안 되는 싸움이고, 이기는 것은 독이든 성배를 마시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조금은 공평하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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