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벌에 대한 나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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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세상이 진짜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무언가 자격증을 따두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까 싶어서 소위 모범생 생활을 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에 일어나 시험공부를 하고, 방학 때면 부지런히 학원등록을 하거나 도서실 자리를 잡고서는 다음 학기에 배울 과목들을 미리 예습 하고는 했다. 돌이켜보면 내 생애에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때는 초등학교 오륙학년 때였었던 것 같은데, 1등을 놓쳐본 적이 거의 없었던 그때는 공부하다 졸리면 스스로 머리카락을 뭉텅이로 뽑아서 잠을 쫓을 정도로 악착같았다.
이북에서 단신으로 내려와 고학으로 여의사가 되신 어머니의 교육 탓도 있었다. 세상에 믿을 것은 오로지 머리 속의 지식과 실력뿐이라고 늘 강조하셨으니까. 그렇게 악바리 근성을 발휘한 끝에 소위 일류 여고와 대학에 들어갔으나, 내가 생각하던 대학과는 많이 차이가 났다. 축제다 미팅이다 해서 공부보다는 노는 날이 더 많았고, 데모라도 하는 날에는 장기 휴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대학이 꼭 공부만 배우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교양이랄지 나름대로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들은 입시 때까지는 죽기 살기로 공부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학업에 그다지 힘을 쏟지 않는 게 일반적인 추세인 것 같다.
솔직히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많이 배웠다기보다는 간판의 의미가 더 강하지 않았나 싶다. 동숭 아트센터 대표에 이어 연극배우 윤석화 씨의 학력 위조 고백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온통 그 얘기들이다. 특히나 문화예술계 쪽에 학력위조를 한 경우가 많다는 보도를 보면서, 실은 간판으로서의 대학이란 의미가 없고, 한 분야에서 실력을 쌓고 인정을 받으면 바로 그게 전문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임권택 감독이나 가수 서태지 처럼 말이다. 이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실제적으로 현장이나 무대에서 실력을 쌓았다면 그게 진짜가 아닐까?
최근에 학력괴담이라고 해서 윤석화 씨 다음에는 또 누가 밝혀질까 소문이 떠돌고 있다는데, 물론 거짓말을 한 것은 분명 잘못했으나 이번 일들을 계기로 해서 우리사회도 지나치게 학벌과 간판에 집착하는 풍토가 고쳐졌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아무리 인정받고 실력이 좋아도 학벌이 없으면 겸임교수 임용에서도 탈락하는 현실인데 이젠 우리도 정말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나가는 게 발전이 아닐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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