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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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내 자신의 전성기가 지나갔음을 알리는 신호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침에 길바닥에서 눈 뜰 때, 속옷을 뒤집어 입었는데 몸에 더 잘 맞을 때, 남자의 경우 아내가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두통이 느껴질 때, 두개의 콘택트렌즈를 한쪽 눈에 모두 끼웠을 때, 잠결에 아내가 ‘사랑해 민수씨’라고 말했는데 당신의 이름은 철수였을 때...
정말 그럴 듯 하지 않은가? 나이로 치면 인생의 전성기는 몇 살쯤이 될까? 이삼십대라는 답이 많지 않을까 싶다. 혹은 어느 정도 지위도 갖게 되고, 경제적인 여유도 생기게 되는 사십대일까. 그러나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면 아무리 돈과 지위가 있다 할지라도 일단 외모나 힘 면에서 전성기가 지났구나 하는 마음이 누구나 생길 것 같다. 하나둘씩 늘어나는 흰머리, 자꾸만 나오는 배, 가늘어지는 다리, 침침해지는 눈 등 이미 노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팝송 중에 라는 곡이 있는데, 그 제목이 바로 전성기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방송에서라면 아마 3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한참 KBS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호기심과 주목을 받던 때, 그래서 TV 토크프로 MC까지 할 수 있었던 그 때 말이다.
성경에도 있듯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들어갈 때가 있으면 나올 때가 있고, 높이 오를 때가 있으면 추락할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으며,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 “존 레논”의 명곡 가사처럼, 순리대로 생각하고 사는 게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내 인생의 전성기가 지나갔다고 속상해하지 마시기를. 불같던 사랑도, 젊음도 심지어는 목숨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사라지기 때문에 애절하고, 애닳고 소중하다. 나는 요즘,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걸을 때, 저녁 무렵 미풍에 머리카락이 날릴 때, 아침방송을 하러 나가면서 쌉싸름한 새벽공기를 마실 때 문득문득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20대처럼 빛나는 육체를 소유한 것도, 무엇을 크게 이루어 놓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살아 숨쉬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비록 전성기가 가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물 하나하나 자연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고 호흡하는 지금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성숙인지, 아니면 나이가 드는 징조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대 때 들끓는 야망으로 악착을 떨었던 내 모습보다는 지금,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고 행복해 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생각할 때 훨씬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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