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의 부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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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일년 365일 생방송을 하기 때문에 늘 여행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래서 일년에 딱 한번 허용되는 일주일의 여름휴가는 그야말로 보석처럼 소중한 존재이다. 올 여름 휴가지는 일찌감치 역사와 유적을 느낄 수 있는 터키으로 정했었다. 비행기로 11시간 정도, 시차는 우리가 6시간 빠르다.
터키의 매력이라면 동서양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성 소피아 사원처럼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라 일단 마음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도 밸리 댄스를 공연하는 극장식 식당에서 사회자가 그 어떤 나라보다 코리아를 먼저 소개해서 우리 일행 모두들 박수치고 즐거워했다.
아름다운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레,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이 숨어 지내던 지하도시 데린구유, 온천욕을 할 수 있는 목화의 성 파묵깔레 등 볼만한 곳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기원전 4세기부터 6세기에 이르기까지 천년동안 번성했다는 고대도시 에페소였다.
헬레니즘 시대에 만들어진 2만 4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대극장, 온갖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아름다운 도서관, 지금이라도 잘 차려입은 부자들이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고급 주택가들, 호사스러운 목욕탕 등등 그 옛날에 그렇게 발달된 도시가 있었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터키의 로마 집권시대를 지나 무슬림들인 오스만 터키 시대 때, 거의 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최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이스탄불의 호사스럽기 짝이 없는 톱카프 궁전이나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한 돌마바체 궁전이 그 시절의 영화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오스만 터키의 왕인 술탄들은 톱카프 궁전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회의를 하면서 잘된 점은 더욱 더 부각시키고, 잘못된 점은 시정을 해나가며 이웃 나라들을 정복해 갔다고 한다. 전리품으로 생기는 각종 금은보화들과 예쁜 여자들에 취하게 되고, 자연히 회의를 귀찮게 여기게 되면서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절정은 곧 퇴락의 시작이라는 말이 문명에도 적용이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천년 후에는 어떤 나라가 앞서고, 어떤 곳이 멸망하게 될까? 그때라면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 될지. 또한 현재 최고의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터키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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