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패권과 금융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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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경제패권은 금융산업과 함께 국가 사이를 옮겨 다녔다고 단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서양의 발흥을 이끌었던 문예부흥(르네상스), 그것을 촉발시켰던 이탈리아 반도의 도시국가들부터가 그랬다. 우선 베니스는 대부이자를 죄악시했던 로마교황의 종교적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 이주해온 금융업자들이 세운 도시나 마찬가지였다. 그 뒤를 이어 플로렌스, 밀라노, 피사, 제노바 등이 비슷한 경로를 통해 발흥했으며, 이런 도시국가들이 이탈리아의 문예부흥을 뒷받침했던 것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 항해시대’를 열면서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는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금융업자들이 그 자본을 뒷받침한 것은 사실이나, 국제무역과 약탈을 통해 국부를 축적한 뒤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각각 모두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후, 포르투갈로부터 경제패권을 이어받은 스페인이 종교적 및 인종적 박해를 가하자, 스페인의 유대인 금융업자들은 네덜란드로 이주해갔다. 그들은 스페인 왕국의 지배와 그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 오랜 세월 독립투쟁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네덜란드는 새로운 금융산업의 메카로 떠올랐으며 당연히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게 되었다.
그런 때에 네덜란드의 왕이 영국의 왕위를 계승하자, 그 윌리엄 왕을 따라 네덜란드 금융업자들은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기대하고 영국으로 옮겨갔으며, 영국은 비로소 선진적 금융산업의 토대를 구축하였다. 이에 따라 영국 제조업은 발달이 촉진되고 국제무역과 식민지 개척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의 이면에도 금융산업이 큰 역할을 하였던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으며, 영국은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게 되었다.
현재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업자인 J P 모건을 예로 들어보자. 그의 은행은 1912년 연방준비은행이 설립되기 전까지 화폐 발행 등 중앙은행의 역할을 했으며, 미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철강산업과 철도산업 등의 발달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네 개의 대형 은행과 세 개의 신탁회사 그밖에 다수의 생명보험사를 지배한 것은 물론이고, US스틸, GE, AT&T, 웨스턴 유니온, 인터네셔널 하베스트 등 대기업들도 지배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에디슨으로 대표되는 발명가들의 혁신산업에 높은 손실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본을 투자하였으며, 이런 혁신산업의 발달이 미국으로 하여금 세계경제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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