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발전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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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가장 뒤떨어진 분야는 어디일까? 민초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정치분야를 가장 먼저 손꼽을 것이다. 실제로도 국민들은 정치인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정치인은 모두 썩었다거나, 정치가 개판이라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다른 분야는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정치분야만은 거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지어 외환위기가 터져 국가경제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을 때조차 정치권은 힘을 모으기보다는 당리당략을 먼저 내세우곤 했다. 외환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각종 경제법률의 개정이 무엇보다 시급했으나, 국회는 이것마저 볼모로 삼기도 했다. 심지어 당파적 이익을 위해 단상점거 등 극한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치권이 어찌 국민들의 신망을 받을 수 있겠는가. 정치분야를 발전시키는 일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다른 어떤 문제보다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헌법상 국회는 의결기관이고, 행정부는 집행기관이지만, 우리 정치현실은 이런 헌법상의 기능 구분과는 거리가 멀다.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은 물론이고 예산안 편성 등과 같은 주요 국가정책을 행정부가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 의결기능은 크게 위축되었고, 행정부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만이 주로 활성화되어 있다.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해야 할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조차 국정조사처럼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야당은 무조건 행정부를 공격하고 여당은 무조건 행정부를 옹호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노출하곤 한다. 정책능력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심판받기보다는, 공격과 방어를 누가 잘하느냐를 통해서 집권을 보장받으려고 할 뿐이다. 이에 따라 막무가내 싸움꾼이 유능한 국회의원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풍토가 여야 사이의 무한정쟁을 부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치개혁의 방향은 이미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로서, 국회의 의결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주요 국가정책을 국회가 결정하고, 정부는 그것을 집행하도록 국회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책 결정과정에서 여야 사이의 토론이 활성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무한 정쟁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의사결정 권한을 국회가 행사하도록 권력을 양보해야 한다. 아니, 국회가 앞장서서 행정부의 의사결정 기능을 되찾아 와야 한다. 이게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에 부합하는 일이며,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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