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권하는 의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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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하나인 추적 60분에서 나온 얘기다. 그 프로그램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공부 잘 하는 약물’이 있는데 그 약물은 중독이 잘 되고, 위험한 마약 같은 약인데도 널리 처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약물은 주의산만한 아이들에게 처방하는 약물이고 그 방송을 본 산만한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사실 아이를 정신과에 데리고 가면 우리 나라에서는 주의의 시선이 곱지 않아서 그것만으로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내심 병원에 갈 때는 상담만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약까지 먹으라고 하면 더 부담스럽다. 거기에 약이 마약류의 약물이라고 하면 정말 가슴에 대못을 박는 무지막지한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그 방송국의 게시판에는 그런 부모님의 애절한 내용들의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방송국 관계자들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의사들의 문제를 다루었으니 당연 “시원하다, 의사들 벌 좀 받아야 한다”는 식의 게시판 댓글이 올라올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로 의사들을 옹호하고 제작진을 성토하고 있으니. 제작진에 대한 비판도 사이비 종교집단의 경우처럼 비난하기 보다는 엄마들의 사정을 호소하는 것 위주여서 뭐라고 반박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날 방송된 약물은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성분이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이라는 길고 복잡한 이름의 병의 치료제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은 주의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공부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귀 담아서 오래 듣고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소한 자극만 있어도 거기에 신경을 쓴다. 옆에 짝이 지우개를 떨어뜨리면 자기가 먼저 가서 주으려 하는 식이다. 충동적이어서 자기 행동을 잘 자제하지 못한다.
그러니 집에서도 공부는 엄두도 못내고 아침에 깨워서 학교 보내는 것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닦다가 딴 짓하고 양말 한 짝 신다가 다른 것에 신경 써서 돌아다니다가 한쪽은 잃어버린다. 그런가 하면 학교 가다가 준비물 잊었다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예전에 진료를 하다가 잠시 엄마와 얘기를 하는 사이에 내 책상 뒤로 돌아와서 컴퓨터 안에 들어 있던 아끼던 시디를 빼서 도망갔다. 들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긁혀서 못 쓰게 되었는데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약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 그런데 약은 의존성이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물론 히로뽕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약물이지만 이름이 ‘마약류’로 되어 있어서 의사들이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 법 개정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약물을 잘 다뤄야 하는 것은 의사들의 책임이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면이 있다. 반으로 잘라서 처방하다가 1000알이 들어 있는 병에서 한 알이라도 없어지면 외국 나갈 때 마약사범으로 출국에 제한 받았다는 의사의 얘기도 있다.
학술적인 연구 모임이 아니라면 방송에서는 그런 자극적인 말은 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은 주위의 수많은 ‘박사님’들로부터 그런 위험한 약 쓰지 말고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처방, 결국 아무 소용도 없는 처방에 대한 끊이지 않은 조언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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