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이 되는 시련, 독이 되는 시련 |
|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모든 시대의 영웅들의 특징의 하나는 어린 나이에 시련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요즘 유행하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우리의 사극으로부터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영웅인 헤라클레스나 오딧세우스까지 예외가 없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4:0으로 끝나는 한국 시리즈는 싱겁지만, 뒤지던 팀이 4:3으로 역전하는 한국시리즈는 재미있고 그 팀은 더 위대해 보인다.
어려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말이 있긴 하지만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성인기의 정신적인 문제 중 상당수가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된다. 어른이 되어 우울증에 걸린 분들의 일부는 왕따였다. 그때의 따돌림은 마음에 두고 두고 남아서 그 사람을 괴롭히고, 가해자들은 그 일은 생각도 않고 지내지만 피해자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음 속에서 그 사람과 싸우느라 진을 다 빼고, 삶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할 여력을 다 빼앗겨 버린다. 이렇게 독이 되는 시련은 주로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들이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기간이 너무 길거나 시달림을 받느라 공부를 못하는 식으로 2차적인 후유증이 심할 때 감당하기 힘들어 한다. 그런 시련은 뇌의 일부에 저장이 된다. 마치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영화 파일을 저장하듯 뇌에 저장되어서 그 사람이 그 비슷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재생된다. 자라에게 물리면 솥뚜껑보고 놀라는 식으로 조건학습이 되어서, 실제로 그런 상황을 접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비슷하거나, 대중매체에서 그런 자극을 받으면 뇌에 저장되어 있던 분노, 우울감, 불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활화산처럼 분출되어 그 사람의 생각을 마비시키고 감정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상태가 되면 현실에서의 시련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지만 상처는 계속 남아서 그 사람의 좌절시키는 독이 된다.
반대로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그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 어려움을 주위의 도움을 받거나 혼자서라도 해결방법을 찾는다.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의 시련은 차츰차츰 그 자극의 정도가 둔감해져서 나중에는 별로 고통스럽지 않다. 물론 이때도 처음에는 한계보다 많이 낮은 수준의 어려움이나 시련을 먼저 겪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신감도 붙고, 문제 해결능력도 생겨서 기존의 한계에 매이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중에는 한계 자체가 커진다. 처음에는 100의 시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50의 시련부터 시작해서 극복하는 경험을 하면, 나중에는 그 한계가 150이 되고 200이 되는 식이다.
시련이 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시련 자체의 크기도 너무 크지 않아야겠지만 그것을 감당하는 능력, 즉 부정적인 경험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커야 하고, 주변에서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영웅담을 보면 꼭 무슨 독수리나 초고수인 노인, 아름다운면서도 어떤 열쇠를 가진 여인이 나온다. 현실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필자도 간혹 그런 성장 도우미의 역할을 할 때가 있다. 그때가 기쁨도 두배이다, 단순히 약만 처방할 때에 비해서.
www.psylove.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