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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모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해낸 영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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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의 공적을 남긴 사람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다. 그러나 탁월한 예방의 업적을 남겼던 인재들이 모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1999년 대우사태, 2000년 현대사태, 2003년 초의 SK글로벌 사태, 2003년 말의 카드사태(외환은행 매각 10월, LG카드 11월 매각) 등을 경제적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거의 남기지 않고 해결해낸 인재들의 이름이라도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외환위기가 한보사태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태들이 파국으로 발전하는 일을 예방한 그들의 업적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보가 망하면서 금융권에 6조원의 부실채권을 안긴 것이 금융기관의 경영수지 악화를 불렀다. 금융기관의 경영수지 악화는 대손충당금과 지불준비금의 추가적립을 요구했으며, 이것은 금융기관의 대출을 억제하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추가대출을 받기는커녕 회사채의 차환발행마저 어렵게 되었고,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였다. 결국 재벌까지 여러 개가 망해야 했었고, 이게 또 금융기관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켰다. 간단하게 말해서, 신용수렴의 경제원리가 작동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보사태의 부실채권 규모보다 열 배 이상 컸던 대우사태, 대우사태보다 더 컸던 현대사태, 현대사태보다 더 위험했던 카드사 경영위기 사태 등은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파장을 불렀어야 했다. 기업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자금압박을 받아야 했고, 더 많은 수의 기업이 도산했어야 했으며, 금융기관도 더 많은 수가 청산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절은 정책적 대응이 신용수렴의 경제원리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완벽하게 예방해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위대한 업적은 우리 경제사에 영원히 기록되어야 했으나,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외환위기의 근원을 만들었던 정책당국자들이 참여정부가 집권한 뒤에 득세를 하면서, 위와 같은 뛰어난 인재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소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의 사태를 일으킴으로써 말이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의 진리가 여기에도 작동한 셈이다. 외환위기의 주범들이 경제위기를 예방한 위대한 인재들을 구축해버렸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 경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인재들이 경제를 망친 주범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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