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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창출은 과연 경제를 살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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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통일 직후 동독지역의 실업이 극심해지자, 1992년부터 대대적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인 MEGA-ABM을 추진하였다. 그 첫해인 1992년에는 무려 46.6만명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켰고, 그 다음해인 1993년에는 28.8만명을 참여시키는 등 매년 20만명 이상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해줬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1991년 7.2%였던 실업률이 1992년에 8.7%로 올랐고, 1993년에는 10.4%, 1994년 11.4%, 1995년 12.9%까지 치솟았다. 한 마디로, 독일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시켰고, 경제성장마저 좀먹었다고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다.
프랑스의 사정도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는 1990년 8.9%였던 실업률이 1992년에는 10%를 넘고, 1994년에는 12.3%에 이르자,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1996년에는 로비앙(loi de Robien)법을 제정하여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기존의 일자리를 보존하거나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게는 상당한 인센티브를 줬다. 그러나 실업률은 1995년 11.6%로 약간 떨어졌다가 1996년에 12.1%로 다시 증가했다. 그러자 1998년에는 오브리법(loi de Aubry)을 제정하여 법정 근로시간이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축소했다. 그렇지만 실업률은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11.8%와 11.7%를 기록하여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름으로써 기대했던 만큼 떨어지지는 않았다.
왜 일자리 창출은 이처럼 실패했을까? 일자리를 창출하면 소득이 늘어나고,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남으로써 경기가 상승하고, 그러면 성장률도 높아짐으로써 실업률이 더 떨어져야 하는데 말이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기를 상승시키면 당연히 생산이 늘고, 생산이 늘면 고용수요가 늘어난다. 그런데 그 수요에 응해야 할 노동력은 이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진시켜버렸다. 따라서 경기는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한계생산성이 뒤떨어지는 노동을 고용하면 국민소득은 뒷걸음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제학이 가르치는 바이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의 결과일 따름이다. 바꿔 말해서,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만약 원인과 결과를 바꾸면 사태의 전개는 어떻게 일어날까?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여기에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원인이고, 돈을 많이 쓰는 것은 결과이다. 만약 이 원인과 결과를 도치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돈을 많이 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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