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 배척이 과연 진보가 할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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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진보는 신자유주의를 악으로 규정한다. 개방화는 대외종속을 부르고, 민영화는 공공서비스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을 부르며, 규제완화 즉 시장기능 확장은 사회복지를 축소시켜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것이 그 명분이다. 과연 이게 사실인가? 만약 신자유주의가 빈부격차나 양극화를 초래한다면,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았어야 했고,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의 경제식민지가 되었어야 했으며, 비정규직이 고용시장을 지배했어야 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비록 낮은 수준에서 출발하였지만 개방의 정도, 민영의 정도를 점점 높여왔고, 규제의 정도를 점점 낮추어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가격이론의 한계혁명에서 보듯이, 경제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총량이 아니라 이런 한계치이다. 쉽게 말해서,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신자유주의를 줄기차게 추진했던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빈부격차는 오히려 꾸준히 완화되었고, 국민 절대다수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노동정책도 탄압으로 일관했으나 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이었고, 일부 직종에서는 종신고용까지 가능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굴종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그 영향력은 꾸준히 약화되었다. 반면에, 노무현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어느 정권보다 자립적인 정책을 추구했으며,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서도 비교적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더 심화되었고, 전시작전권 회수나 FTA협상에서 보듯이 미국 영향력은 더 커졌으며, 비정규직 문제도 더 심각해졌다.
왜 이처럼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특이한 현상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경제적 성과가 빚어냈을 뿐이다. 우선,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빈부격차가 완화되었던 것은 경제가 장기간 호조를 보이고 실업률이 꾸준히 낮아짐에 따라 임금상승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할 사람이 귀해지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했다. 또한 우리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강대국의 영향력도 점점 낮아졌다. 반면에, 노무현 정권에서는 경기부진이 장기화했고, 이에 따라 양극화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부진하면 해고를 당해도 못사는 사람이 먼저 당하고, 사업이 망해도 영세업체부터 망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가 부진하면 정규직 채용은 줄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강대국의 영향력도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을 스스로 검증해보는 것이 과학적 진보이고, 이게 진짜 진보이다.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로서 아무리 치밀하게 세운 추론일지라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 않던가 말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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