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을 받아들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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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어느 인터넷 싸이트에 ‘공감’에 대한 글을 썼더니, 어떤 사람이 ‘웃기는 소리’라는 얘기를 했다. 다른 사람과 자기 마음을 소통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은 건강한 마음의 토대가 되며 치료적인 면에서도 시작점이다. 그 사람은 문재가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없었든지 젊은 나이에 비중 있는 직책을 맡았지만 가는 곳마다 갈등을 일으키며 금방 두었다 한다. 공감,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귀결이라 생각했다.
위의 일이 미성숙한 사람에게만 있는 일인 줄 알았지만 인생의 나이나 전문가로서의 나이를 먹다보니 그게 다 내 얘기였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어루 만져주는 정신과의사 일을 하면서도 자주 공감이나 소통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고, 화가 난다. 어떤 때는 사무적으로 듣고, 해줄 것이 마땅치 않아 공감이 되면 오히려 마음이 괴로워 애써 회피하고 거리를 두려 할 때도 있다. 올 한해를 돌이켜 보면 나로 인해 희망을 얻고 상처를 치유 받은 사람이 있었다고 자부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 때문에 마음이 상한 사람도 있다는 걸 분명히 알기 때문에 자괴감도 든다.
정신과의사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환자와 함께 하는 시간을 그 사람에게 온전히 바쳐 그에게, 그의 말에 몰입해야 한다. 외제차를 모는 연기자가 노숙자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듯, 자기와 전혀 다른 삶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하고도 얘기를 하고 그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바로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전혀 다른 삶의 굴곡에 몸을 맡겨야 한다. 이 모든 게 다 마음을 비워 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기술은 늘고 있지만 자기를 비우고 그 사람에게 합일하는 심정으로 다가서기가 쉽지 않아서 힘들다고 느낀다.
이라크 전쟁 때 깜깜한 밤중에도 미국의 고성능 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걸 중계해주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폭격을 당하는 사람에겐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었겠지만 그걸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그저 게임 같았을 것이다. 고통 받는 타인이 그대로 인식되지 못했다고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아내의 회사 연수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이 출국하였고, 안주거리처럼 떠들었던 기러기 아빠들의 외로움이 이제사 싸아하게 몰려온다.
구의연세정신과 www.psylo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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