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완화가 경제를 살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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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규제완화가 경제를 살려낼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가 살아나고, 투자가 살아나면 경제가 살아나며,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것이 그 논리이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단기적으로 경제를 살려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파국적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전에 이런 일이 벌어진 바 있다. 1994년과 1995년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23.9%와 18.1%를 기록했고, 경기는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시설투자의 급증은 공급과잉을 일으켰고, 기업의 경영수지는 극단적으로 악화되었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때마침 세계화를 내세워 대외개방을 적극 추진했는데, 이 정책이 국제수지 적자의 누적을 부르고 결국 외환보유고를 고갈시키자 단군 이래 최악의 난리라던 환란을 맞아야 했다. 그 바람에 수만 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심지어 한보, 삼미, 대농, 진로, 한신, 기아 등 대마불사라던 재벌기업들까지 줄줄이 무너졌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혹시 규제완화와 개방화가 항상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빚을까? 아니다. 민영화가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빚었을 따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규제완화와 개방화는 당연히 성장잠재력의 향상을 부른다. 규제완화는 투자의 활성화를 부르고, 개방화는 경쟁의 촉진을 부르며, 이것들이 성장잠재력의 향상을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향상된 성장잠재력은 반드시 국제경쟁력 강화에 의해 뒷받침 받아야 한다. 만약 경제성장이 국제경쟁력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 국제수지의 악화가 나타나고, 국제수지 악화는 외환보유고의 고갈을 부르며, 외환보유고 고갈은 우리가 10여 년 전에 겪었던 바와 같은 처참한 경제재앙을 일으킨다. 물론, 규제완화와 개방화는 단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부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부르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 진입하는 기업 및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은 당연히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래서 규제완화와 개방화는 단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곤 한다. 따라서 규제완화와 개방화와 함께 민영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비로소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그 중 어느 하나나 둘만 추진한다면, 경제를 살려내기는커녕 파국적 위기를 부르곤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성장잠재력은 반드시 국제경쟁력에 의해 뒷받침 받아야 하고, 국제경쟁력은 성장잠재력에 의해 뒷받침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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