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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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단위 중에 가장 길고 영원한 시간을 불교에서는 ‘겁’이라고 표현한다.
수많은 국가중 한 나라에서 같이 태어날 인연은 ‘천겁’을 거쳐야 하고 부부가 되려면 8천 겁, 형제는 9천겁, 부모나 스승은 1만겁의 인연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이런 대단한 인연으로 엮이게 된 가족, 그 가족이 모이는 설이 코앞이다.
설특집으로 미리 녹화를 끝낸 TV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과연 가족이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를 내려 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족은 껌이라는 재미있는 대답도 나왔고, 평생 원수, 애물단지 등 여러 가지 답이 나왔다. 나는 업보라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진 빚과 죄를 자식에게 갚는, 또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내가 지고 가야하는 존재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징하다고 해야 할까? 너무 가까워서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이, 집착이 많아서 그만큼 미워지기도 하는 사이, 그러다 애달프고 또 애달파서 어쩔 수 없이 연민이 생기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 아닌가 싶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정 때 본의 아니게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서로들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도 다 이러한 가족의 속성 때문이리라.
특히 부부사이에는 기대를 하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결국 내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가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마음을 먹으면 싸울 일이 없어진다.
남편이라면 “그래, 저 사람도 얼마나 자기 집에 가고 싶을까, 하루만 인사드리고 빨리 처가댁에 같기 가주자” 라고 생각하면 아내에게 점수를 딸테고, 부인입장이라면 “이왕 일하는 거 즐겁게 해주자. 남편이 요즘 기가 죽어있는 것 같은데, 시댁 식구들 앞에서라도 기를 살려줘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면 명절 분위기가 얼마나 화기애애 해질까? 한번씩만 입장을 바꿔보는 ‘역지사지 마인드’야 말로 명절 연휴에 가장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맏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운이 좋게 이해심이 바다같은 시어머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아들만 넷 둔 시어머니는 며느리나 자식에게 무엇이든 강요하는 게 없으시다. 그리고 늘 며느리들 입장에서 생각해주시니, 시어머니가 두렵고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항상 반갑고 환영받는 존재다. 그런 걸 보면 젊었을 때부터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역지사지 마인드를 연습했던 시어머니가 현명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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