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례문 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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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건만 숭례문 화재 소식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엄마 손 잡고 남대문 시장을 가면서 쳐다보던 정겨운 모습, 남산 순환도로 길로 걷다가 내려와서 명동 구경하러 갈 때 늘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맞아주던 국보 1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의 자신감이요 서울의 상징이었던 숭례문이 한 노인의 방화로 허망하게 Tm러지고 말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원효로에 살던 나는 광화문에 있는 수송 초등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며 보던 남대문의 친근한 모습이 여전히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다. 개방을 했으면 종묘처럼 철저하게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밤에는 노숙자들이 그곳에서 라면까지 끓여먹는 지경이었다니 관계자들의 관리소홀에 분통이 터진다.
이미 지나간 일이 되고 말았지만 아쉽고 또 아쉽다. 국민들이 이렇게 허탈해하고 있는데, 불현듯 나온 이 당선인의 성금 제의는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물론 인수위쪽이 나서서 뜻이 잘못 전달될 거라며 없던 일로 됐지만 말이다. 네티즌들의 찬반양론이 격렬했었는데, 찬성보다는 반대의견들이 훨씬 많았다.
잘못은 엄한 쪽이 해놓고 국민들에게 성금을 모으라고 하니, 성금 모금 독려는 독재주의적 발상 아니냐, 서울시가 앞장서서 개방해놓고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이 당선인이 성금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 등 수많은 반대의견과 질책이 쏟아졌다.
그나저나 복원이 또 걱정이다. 너무 잘 고쳐놓아서 기와나 돌에서 조상의 냄새대신 돈 냄새가 날까봐 염려된다. 몇해 전 충청도에 있는 유명사찰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복원을 한답시고 요란하게 고쳐놓은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예전의 모습은 간데없고 무슨 이상한 현대건물이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식의 복원은 절대 반대이다.
불행중 다행히도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완전 소실된 게 아니라 1층은 다행히 구조물이 상당부분 남아있고, 부재도 다시 쓸만한 게 제법 있다니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복원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옛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복원이 되기를 많은 국민들이 바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복원이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을들 상징한다는 빨리빨리 만이 능사가 아니다. 세상에는 느리게 해야 좋은 것도 존재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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