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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시즌에 생각나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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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에 이어 대학까지 대부분의 학교들이 졸업식을 치루었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게, 우리 때는 숙연한 분위기에서 우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졸업의식을 거행한답시고 중학생들이 벌거벗고 중랑천에 들어가 밀가루를 온 몸에 바르고 갖은 기행을 다 벌였다는 것이다. 누드 소동에 당황한 것은 어른들이고, 정작 중학생 아이들은 출동한 경찰들에게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은 졸업식은 대학교 졸업식이었는데, 두명의 남자가 꽃을 들고 나타나당황했던 일이 생각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교제하던 오리지널 파트너와, 미팅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만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날 좋아해주던 남학생이 동시에 꽃을 들고 찾아오자 부모님들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한꺼번에 멋진 두 남자의 꽃다발을 받아든 나는,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두사람에게 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두 남자 모두와 사진을 찍었고, 교제하고 있던 남자친구에게는 친척오빠의 친구라는 둥 대충 둘러대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호적에 이름이 같이 올라 있는 남자는 둘 다 아니지만.
어쨌든 졸업시즌이 돌아오면 그때 그 시절의 풍경이 아픈 듯, 감미로운 듯,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두사람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런지. 배도 살짝 나오고 머리카락도 한 두 개씩 빠진채 세월의 중압감 속에서 허덕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있겠지...
아침방송에서 윤종신의 <오래 전 그날>이나 015B의 <이젠 안녕>, 해바라기의 <그날 이후> 전람회의 <졸업> 같은 곡들을 틀면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풋풋한 시절 생각에 잠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졸업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생존경쟁과 세파에 시달리다가도 꿈도 많고 웃음도 많았던 20대 초반을 돌이켜보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졸업이란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처럼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때로는 익숙함에 기대고 싶고, 새로운 세계가 무서워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고도 싶지만 결국은 그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미지의 세계로 한 발자국 나가야 되는 것이다.
졸업을 하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게 딘 많은 인생 후배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로운 삶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깨지지 않고서는 결코 거듭날 수 없다. 특히 젊은 날의 실패와 상처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재산이라 생각하고 담대한 마음을 갖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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